[김용우가 만난 사람] '댄디' 최인규 감독, "다섯 명의 합 맞춰지는 수평적인 팀 만들고 파"

김용우 2023. 1. 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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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최고의 정글러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댄디' 최인규가 선수로서 첫 번째로 주목받은 대회는 2013년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현 LCK) 스프링 결승전이다. MVP 오존 소속으로 CJ 엔투스 블레이즈를 상대한 그는 시청자 예상 11 대 89를 비웃기라도 하듯 3대0으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 화이트 시절인 2014년 한국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는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린 최인규는 한국을 떠나 중국 LPL 비시 게이밍(현 레어 아톰)에 입단했다. 2016년까지 선수 생활을 한 그는 e유나이티드 입단과 함께 북미로 향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선수 은퇴 이후 로얄 네버 기브 업(RNG)서 코치 생활을 한 최인규는 이스타(현 울트라 프라임)을 거쳐 지난 해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두 시즌 코치로서 쓴 맛을 본 최인규는 2023시즌을 앞두고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2년은 쓴 맛을 봤지만 2023년은 다르다.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디알엑스에서 2022 롤드컵 우승을 이끈 '킹겐' 황성훈, '제카' 김건우, FPX에서 뛴 '클리드' 김태민, kt 롤스터에서 활동한 '라이프' 김정민, 2021년 에드워드 게이밍(EDG)의 전성기 주역인 '바이퍼' 박도현이 합류했다.

최인규 감독은 최근 만난 자리서 "개개인이 뛰어난 팀보다는 다섯 명의 합이 맞춰지는 수평적인 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Q. 한화생명e스포츠 사령탑이 됐다. 첫 번째 감독직으로 알고 있는데 소감은?

A. 감독직을 처음 수행하면서 딱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원래 자주 웃고 밝은 성격인데 웃는 횟수가 좀 적어진 거 같다. 어깨도 무거워지고 책임감도 늘어났다. 그렇게 (감독직을) 받아들이는 중이다.(웃음)

과거 삼성 화이트 시절 '댄디' 최인규.
Q. 같은 시대 활동했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조금 늦은 감독 데뷔인 거 같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인게임 피드백, 선수들 개인 피지컬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코치를 시작했고, 이번에 감독으로 올라왔다. 감독 데뷔가 늦었다는 것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코치직을 맡으며 더 좋은 커리어를 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Q. 2022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클 거 같다.

A. 2022시즌은 제가 전역 후 바로 코치직을 맡다 보니 스스로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었다. 그 부분이 선수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저의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Q. 전역 후 다른 분야로 나가는 사람도 많은데, e스포츠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A.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고, 좋아하는 게임의 한 일원이 될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손대영 총감독님의 러브콜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돌아오게 됐다.

Q. 중국에서도 코치직을 했던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코치직을 맡아보니 어땠나.

A. 사실 한국에서 코치하면서 어색한 점이 많았다. 이유인즉슨 중국에서는 제가 중국어를 할 줄 알더라도 언어적인 한계가 있어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선수들과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선수들과 일상생활에서도 장난도 치고 피드백 등 대화에서 '티키타카'가 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새로웠다.

Q. 이번 한화생명e스포츠 라인업이 화려하다. 외부에 '슈퍼 팀'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로스터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A. 선수들이 일단 LoL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라서 기대가 많이 된다. 그리고 선수들이 이룬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습하는 태도나 양, 게임에 대한 열정 등에서 엄청난 게 느껴진다. 2023시즌에는 팬 분들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줄 수 있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팀에 오더를 할 선수가 없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며칠 전 스크림을 해보니, 그런 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거 같더라. 만약에 이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바로잡는 게 감독인 저와 다른 코치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걱정하거나 문제 삼고 있지 않다.

Q. 슈퍼 팀의 단점은 각 팀에서 잘하는 선수를 모아서 만든 팀이다 보니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거다. 이런 부분을 어떤 식으로 조율할 생각인지?

A.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개인이 뛰어난 팀보다는 다섯 명의 합이 맞춰지는 수평적인 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걸 팀에 잘 녹여볼 생각이다.

Q. 5명의 선수가 모두 훌륭하지만, 팬들에게 '이 선수는 2023시즌에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할 선수는 누구인가.

A. 선수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 한 명을 뽑자면 '제카' 김건우 선수를 말하고 싶다. 나이도 어리고 최근에 큰 무대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준 게 크다. 무엇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앞으로 더 보여줄 점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Q. 그렇다면 2022시즌 '제카'의 활약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은데.

A. 2022년 미드하면 젠지e스포츠 '쵸비' 정지훈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가 '제카'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Q. 내년 시즌 경계되는 팀은 어디인지?

A. 라인업만 보고 생각하면, 젠지, T1, 디플러스 기아가 강할 것 같다 한 팀을 꼽을 수가 없다.

Q. 팀 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3시즌 어떻게 맞출 생각을 갖고 있는가.

A. 스크림서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서로서로 피드백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발전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Q. 감독이라면 목표는 당연히 LCK 우승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

A. 보통 강팀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특정 선수들이 있다. 저는 한화생명e스포츠라고 하면 선수 5명이 모두 떠오를 수 있도록, 모두가 특출 난 팀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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