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엔 ‘겔포스’로 떼돈 벌더니” 800억 베팅 30대 재벌 3세, 여기에 꽂혔다

2023. 1. 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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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 보령 대표. [보령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보령은 ‘보령제약’으로 귀에 익은 기업이다. 보령은 몰라도 ‘겔포스’ ‘용각산’은 다 안다.

겔포스, 용각산을 만들던 보령이 요즘 우주사업에 꽂혔다. 바로 보령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가 보령을 이끌면서 나오는 변화들이다. 30년 된 백신개발사를 매각하는가 하면, 돌연 우주정거장기업에 875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요즘은 6500억원 가치에 이르는 의약품 관련 알짜 계열사도 시장에 내놨다. 무모한 도전일지, 과감한 도전일지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는 김 대표의 행보다.

일단 사명부터 김 대표의 의중이 담겼다. 현 보령의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 대표는 37세로,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 회장의 장남이다.

보령 ‘겔포스엘’ 광고 이미지. [보령 제공]

지난해 3월 대표로 나선 뒤 사명을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바꿨다. 사명에서부터 제약을 빼버린 것. 이 의미를 실제 확인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령은 지난해 초 우주 헬스케어 프로젝트 ‘CIS(Care In Space)’를 발표하며 우주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말로만 선언한 게 아니다. 실제 첫 투자로 세계 최초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엑시옴 스페이스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달러(약 875억원)나 투자했다. 보령이 취득한 엑시옴 지분은 2.68%. 보령제약 사명에서 ‘제약’을 제외한 시기와 맞물린다.

엑시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전문가들이 2016년 설립한 회사다. 오는 2027년까지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주에 떠 있는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국제우주정거장)은 향후 10년 안에 해체될 예정이고, 엑시옴이 건설하는 우주정거장 모듈이 ISS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은 그 외에도 스타버스트, 캘리포니아라이프사이언스 등의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스탠퍼드대학, 하버드대학, UCLA,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등과도 우주사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보령은 지난해 12월 미 LA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에서 ‘제1회 CIS 챌린지’를 개최하며 우주 헬스케어 관련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보령 제공]

심지어 김 대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견학장에서 NASA 관계자에게 “아픈 사람은 우주로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우리도 아직 모릅니다”란 답변을 들었다.

보령 측은 “김 대표가 우주 관련된 전공을 배우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도 많았고 공부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우주사업을 통해 ‘우주 헬스케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분야는 이미 주요 제약사도 눈독 들이는 분야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노 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 전달기법과 물질 개발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릴리는 우주항공기업 레드와이어와 우주공간에서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보령도 지난해 미국 LA에서 ‘제1회 CIS 챌린지(Challenge)’를 개최하고 스페이스 헬스케어 관련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보령 사옥 [사진, 보령]

우주사업을 향한 김 대표의 의지는 최근 계열사 매각 추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보령 계열사 중 백신사업을 하는 보령바이오파마가 매각 추진 중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된 회사로, 역사가 깊은 보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다. 지난해 IPO를 추진했을 만큼 기업도 탄탄하다.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을 만큼 실적도 좋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보령바이오파마의 기업가치만 약 6500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왜 보령바이오파마가 매물로 나왔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최근 김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 그 자금으로 우주사업에 본격 투자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보령 측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보령 관계자는 “아직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라 확보될 자금이 우주사업을 위해 투자될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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