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장기수선충당금에서 GTX반대집회비용 사용 안 했다”
관련 증빙서류 미비만 확인
추진위 “증빙서류 있는데 국토부가 안 받은 것”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하 관통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증빙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은마 추진위는 그러나 “증빙서류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증빙서류를 모두 갖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조사의 핵심쟁점이었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GTX반대집회를 벌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52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으며, 적발내용에 따라 수사의뢰 및 과태료 부과 등 엄중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의 핵심사안이었던 GTX 반대집회 공금사용 부분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미비만 발견됐다.
국토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안전대응 및 조치비용은 입주자 동의를 거쳐 잡수입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관리규약에 따라 지난 2021년 입주민 과반수 찬성 서면동의 결과를 공고한 뒤 9700만원의 GTX 반대집회 비용을 지출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입대위는 입주자 과반수 찬성을 증명할 각 세대별 서면동의 결과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집회 참가자에게 지급된 참가비와 관련해서도 참가비를 받아간 참가자가 실제 집회에 참석했는지를 확인할 입증자료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즉 비용지출의 근거서류를 갖추지 못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그러나 이같은 국토부의 발표를 전면 반박했다. 추진위는 “2021년 4월에 동의서를 받아 보관 중이었고, 합동조사 당시 아파트 관리실 담당자가 동의서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자 조사 관계자가 ‘추후 연락하면 제출하라고’해서 기다렸는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해 제출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의 말대로라면 국토부가 자료제출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음에도 받지 않고 “은마 추진위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거짓 발표를 한 셈이다.
은마 추진위는 “오늘 관련 보도 이후 강남구청에 곧바로 동의서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로부터 접수거부 통보를 받았다”면서 “진실 소명을 위해 17일 오후 강남구청 본관에 정식제출했다”고 밝혔다.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 잡수익을 GTX집회에 사용해도 되는지를 묻는 동의서를 입주자대표회의가 돌렸으며, 응답자의 95.2%가 찬성했다. 해당 자료는 그동안 관리실에 보관해왔다.
국토부는 또 추진위가 운영비를 GTX집회비용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주민총회를 거쳐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고 임의집행 후 사후추인을 받은 점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입찰공고를 하는 과정에서 전문관리업자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영역을 넘어 조합업무대행까지 포함해 입찰공고를 내고, 실제 계약은 추진위 업무대행에 해당하는 부분만 체결한 부분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보고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련해서는 GTX반대집회와의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입대위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출해야 공용부분 보수·교체공사 비용을 수선유지비, 승강기 유지비 등으로 지출하는 등 회계부적격 사례(13건)를 적발하는 데 그쳤다. 입대위 의결이 필요한 수의계약 체결과정에서 의결없이 수의계약이 체결된 사례 등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부적격 사례(11건)을 적발했다.
행정절차 위반 등 부적격 사례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은마아파트 추진위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GTX반대집회를 벌였다는 의혹은 발견하지 못한 셈이다.
GTX-C노선은 현재 설계상 선로 일부가 은마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한다. 은마 아파트 주민들은 지하 노선 건립 시 지반침하 우려 등을 제기하며 노선 변경 등을 정부에 요구 중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GTX-C의 개통시기(2028년)를 맞추려면 설계변경 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은마아파트 주민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국가사업을 방해하고 선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관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은마 아파트 총 4424세대 중 극히 일부 지분을 가진 분이 앞장서서 전체 사업뿐만 아니라 4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좌지우지 하려는 것, 공금을 동원한 불법적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합동점검을 예고했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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