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5년 동행' 마친 박항서 감독의 미래는?..."국내 지도자, 행정가 모두 NO"

김환 기자 2023. 1. 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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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환]


박항서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빠툼 타니에 위치한 탐마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에 0-1로 패배했다. 지난 홈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던 베트남은 합계 스코어 2-3으로 태국에 무릎을 꿇었고, 대회 준우승에 그쳤다.


베트남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줬다. 결국 전반 24분 분마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박항서 감독은 빠르게 교체카드를 사용, 변화를 주며 몇 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으나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고, 결국 베트남은 0-1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로써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박항서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위,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2회, 아시안컵 8강 등의 역사를 만들어내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마침표를 찍는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다는 점은 아쉽지만, 박항서 감독의 업적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5년 동안 베트남 U-23 대표팀과 국가대표팀과의 마지막 동행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별을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인생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하 박항서 감독 일문일답]


-경기 소감 및 소회


5년 동안 베트남 U-23 대표팀과 국가대표팀과의 마지막 동행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별을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인생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지


낯선 곳에 오랫동안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잠깐 코치로 왔던 게 감독으로 이어졌다. 매 대회 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보면 부족한 것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후회 없이 생각했다고 하지만, 선수들과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도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하기에 이별을 선택했다.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경기장에서 많이 혼도 내고, ‘사랑방’이라고 하는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현장에서 감독직을 할 생각은 없다. 한국에는 나보다 훌륭한 인물들이 더 많다. 내가 특별히 한국에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까지 하지 못하는 편이다. 회사 대표가 내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도 생각을 해보고 가족들과 논의도 해봐야 할 것이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내가 축구 업계에 종사할 것은 분명하다.


-성인팀 외에 유소년 지도 계획도 없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 한국에는 학원을 비롯해 여러 유스 클럽들이 있다.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겠지만, 내 역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것은 아닌데, 베트남에서 유소년 관련 제안들이 오고 있고 베트남에 그런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고민 중이다.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계에 할 말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성공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 내가 한국 지도자들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 지도자들 중에는 국가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자질을 보유한 지도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언어적인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감독의 역량 면에서는 국가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인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왜 협회에서 국내 지도자들에게 외국인 감독들만큼 지원을 해주지 않는지 의문이다. 충분히 국가대표팀을 맡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협회는 비난과 비판에 대해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도 그런 것들을 확실하게 했는지 되돌아보고,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기술위원장님을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독일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술위원장님이 한국 지도자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기술위원장님의 선임 소식을 들었을 때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해 선임했나 싶었다.


-행정가로서의 길도 열어놓고 있는지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난 행정 능력이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축구의 기술적인 부분들이다. 제안이 온다면 고려는 하겠지만,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베트남에서의 5년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타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하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위치다. 어려움도 있었고,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베트남 국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줬기 때문에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기에 와서 5년간 동행하며 고생해준 이영진 코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베트남에 와서 한국분들도 많이 만났다. 베트남에서 만났던 친구들도 많다. 그분들과 함께 쌓았던 추억들도 내게 소중하다. 베트남에서의 경험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 지도자가 동남아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외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경우, 이미 능력은 입증된 인물일 것이라 생각한다. 동남아에서 일하는 게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쉽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의 신뢰와 믿음이다. 나도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다들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가 욕심이 있었는지


그런 욕심은 없었다. 기존 계약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떠나라’라고 했었다. 내 친구들도 그랬다. 4+1년 계약이었는데, 계약 연장을 할 때 추가 1년이 끝나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떠나려고 했다. 목표로 했던 것들을 달성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른 것들은 차기 감독들이 이루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 경기 끝나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경기 중에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딱 한 번 썼다.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매번 내 마음을 다잡으며 감독직을 수행했다. 그래도 막상 끝나니 ‘내가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승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고,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다음 대회가 있었다면 다른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 이제 대표팀을 맡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편안하면서도 선수들과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아쉬웠다.


-마지막 경기 이후 선수들이 한 말들 중 기억에 남는 말


끝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포옹도 나눴다. 그렇게 마무리했다.


-월드컵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 대표팀에서 4년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경험은 상당히 중요하다. 월드컵을 경험했던 팀과 경험하지 못했던 팀은 차이가 크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팀에서 나를 불러준다면 생각을 해보겠지만, 나를 불러줄 지는 모르겠다.


-베트남 팬들과 국내에서 응원했던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먼저 국내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베트남에서 일을 했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응원과 격려해주신 것 알고 있다. 나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일했다. 부족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베트남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축구팬들께 감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란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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