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재판 "조사표 제출 과정에 산업부 압박 없었다"
기사내용 요약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산업부가 한수원에 압박하거나 강요 안했다"
한수원 내부 법률 검토 거친 후 제출 필요성 제기돼 입장 바꾼 것
모양새 갖추기 위해 산업부서 공문 보낸 뒤 제출하기로 협의했다고 진술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재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설비현황조사표 제출 과정에 산업부의 압박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17일 오전 10시 316호 법정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57)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55)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61)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1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 삭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씨는 “지난 2017년 8월 말과 9월 초에는 한수원이 설비현황조사표 제출과 관련해 제출 여부 자체를 원초적으로 검토했으며 당시 국정과제를 산업부 공문도 없이 한수원에서 바로 한다는 것과 관련해 리스크가 있다는 정도까지만 얘기됐다”라며 “산업부에서 이와 관련한 근거를 만들고 제시하고 이에 입각해서 공문을 보내줘야겠다는 것까지 검토된 상황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발전하거나 논의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한수원은 월성 1호기만 봤을 때 서류 제출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2017년 9월이 지나면서 한수원에서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그 결과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한수원 입장에서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도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이후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기로 입장을 정했고 한수원이 단독으로 제출하기보다 산업부가 공문을 보내주면 여기에 맞춰 제출하는 것이 모양새가 자연스러워 이렇게 일이 진행된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산업부가 한수원에게 강제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산업부에서 한수원에 설비현황조사표를 강제로 제출하도록 하거나 이를 위해 압박했을 경우 관련 보고서가 작성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증거기록 등에도 이와 유사한 기록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만약 산업부에서 압박을 가했다면 한수원의 현재 입장을 기재하고 이 입장이 국정과제 이행에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협의한다는 등의 문건이 작성됐을 것이며 설비현황조사표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검토 기록 및 보고서가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후 해당 설비현황조사표에 들어갈 문구를 만들기 위해 산업부와 한수원 사이에 수차례 협의가 이뤄졌다”라며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협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구를 잘못 쓰게 되면 외부에서 현재 한수원 경영진이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을 미리 정했다는 식의 오해 소지가 있어 이를 우려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의 협의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백 전 장관에게 보고됐거나 당시 에너지전환 TF(태스크포스)에서 언급됐을 것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최근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증거 부동의에 대해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피고인 측 변호인들에게 증거 의견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현재 신청된 증거 약 4800개 중에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4000개를 부동의하고 있어 신속한 재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피고인들의 이익과 신속한 재판을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부동의를 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이어지는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에 대한 증거 의견을 다시 들은 뒤 재판을 이어갈 방침이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2017년 11월 한수원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내용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이듬해인 2018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손해보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지시로 월성 원전 1호기가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를 조작,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려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2018년 5월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경제성을 약 17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200억원대로 낮춘 최종평가서를 한수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 530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A씨는 지난 9일 감사원법, 공용전자 기록 손상 등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dh191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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