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경 발언 쏟아내는 금감원장…만남 앞둔 은행들 가시방석?
성과급 잔치 일침에 간담회 참석 은행장들 좌불안석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권을 향한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새해 들어 연일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은행의 이익을 국민과 소비자의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한결 높였다. 조만간 이 원장과 간담회를 앞둔 은행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 들어 연일 은행권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이 원장 발언의 핵심은 대출금리 인하 요구다. 지난 1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이 시작이었다. 지난 13일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시장이 잘 작동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지만, 시장에 과도한 쏠림이 있는 경우 (개입이) 충분히 필요하다"며 "은행은 가산금리 조정 등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내렸고,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 상단도 9일 8.11%에서 13일 7.41%로 나흘 새 0.7%포인트 줄었다.
대출금리 인하를 연일 언급하던 이 원장은 지난 16일 발언 수위를 한결 높였다. 금융소비자와 나아가 국민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 원장은 "은행 예금 대출은 거의 3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일종의 대국민 서비스인데 가령 발생한 이익의 3분의1을 주주에 환원하고, 3분의1을 성과급으로 한다면 최소한 3분의1 정도는 우리 국민들 내지는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의 사회공헌 금액이 주주환원·성과금에 투입된 금액보다 10분의1 이하 등 훨씬 더 적은 금액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지적은 지난 13일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그는 "은행이 지난해 순이자 이익 등 규모에서 어느 정도 여력이 있기에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동시에, 이자장사로 거둔 역대급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연일 내놓은 셈이다.
공적 기능까지 언급한 이복현…은행권 대책 마련 고심
이 원장은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은행 역할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통해 사실상 독과점 산업을 허가한 것"이라며 "은행이 호황기일 때는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하나, 거꾸로 손실이 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살아난 은행들이 공공성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의 강도 높은 비판에 은행권은 가시방석 신세다. 더구나 시중은행장들은 오는 18일 이 원장과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17개 은행장이 참석한다. 한용구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등 새로 선임된 행장들도 처음으로 이 원장과 만난다.
은행권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해 간담회를 앞두고 은행권 전체를 향한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은행권은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고, 이체 수수료 면제도 검토 중이다. 이 원장 입장에서도 은행권과의 만남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그간의 비판이 엄포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는 시차를 두고 인하될 수순이었다"면서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리감독을 받는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주문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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