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고강도 조사...도피 8개월만
[앵커]
도피 8개월 만에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오늘 아침 국내로 송환되자마자 곧바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해 내일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사회1부 송재인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성태 전 회장이 도피 8개월 만에 국내로 송환된 건데요.
아침에 인천공항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김 전 회장을 태운 비행기는 오늘 아침 8시 16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쌍방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뒤 해외로 달아났다가 8개월 만에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국내로 들어오게 된 건데요.
꼭 일주일 전 태국 골프장에서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현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친인척 등 주변인들이 하나둘 구속, 또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오늘 아침 김 전 회장 송환 현장을 YTN도 생중계로 전해드렸었는데요.
국내에 와서, 그러니까 검찰 조사를 앞두곤 말을 아꼈죠?
[기자]
네 혐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심경을 밝히는 발언을 주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인천공항 CIQ에서 한 발언 들어보시죠.
[김성태 / 전 쌍방울그룹 회장 : (검찰 조사 앞두고 심경 같은 거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족한 저 때문에 우리 회사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받는 거, 그게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구체적 의혹에 대해선 없다,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질문엔 나중에 검찰에서 다 밝혀질 거라고 답했습니다.
[앵커]
앞서 YTN 취재진은 태국 현지에서도 취재를 이어왔지 않습니까?
[기자]
네, 사실 태국 현지에서 이륙 직전 취재진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처음 대면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 내놓은 발언이 더 많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현지 취재를 해온 YTN 기자가 들었던 전언, 그러니까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 했단 것과 맞닿아있었고요.
다수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조금 더 강경하게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성태 / 쌍방울 전 회장 : (전화도 한 적 없으세요?) 이재명 씨는 전화나 뭐, 한 적 없는데. (전화는 한 번 하신 적 있지 않으세요?) 없습니다. 전혀 없고요. 전화번호도 알지도 못하고.]
또 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자금 출처로 지목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가능한 일이겠냐고 되물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앵커]
이제 검찰 호송차로 압송돼 조사받을 내용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힌 건데요.
조사가 예정된 내용, 그러니까 김 전 회장의 의혹을 하나씩 짚어보죠.
[기자]
검찰은 의혹의 출발점이자 이미 김 전 회장 체포영장에 적시된 배임·횡령 혐의부터 확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전 회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8년과 2019년 쌍방울이 각각 100억 원씩 발행한 전환사채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입니다.
상당히 복잡한 방식으로 거래됐는데, 투자 회사를 거쳐 쌍방울 계열사가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투자 회사들은 김 전 회장이 사실 실소유주인 거로 알려지거나, 친인척이나 최측근 명의라서 의혹이 증폭됐습니다.
최소한 일부러 세탁된 자금이거나 나아가 김 전 회장 비자금 마련이 목적 아니냐는 겁니다.
금융정보분석원 이를 '수상한 자금 흐름'이라 보고 검찰에 통보하면서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습니다.
[앵커]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아닙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전환사채 수사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어집니다.
재작년 10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 때 한 시민단체 고발로 본격적으로 불거진 의혹인데요.
이 대표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입원 논란과 관련한 발언으로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인정받았죠.
이때 이 대표 변호인단에 있던 변호사가 변호사 수임료를 이 대표가 아닌 쌍방울에서, 20억 원어치 전환사채로 대신 받았다는 게 고발한 시민단체 주장이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담겼다고 하는 녹취록과, 이 변호사가 전환사채를 사들인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활동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법 사건 전후로 재산 3억 원이 줄었다", 즉 변호사비로 3억 원을 지출했단 취지의 SNS 글은 허위사실 공표라며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앵커]
이 선거법 사건에 대한 검찰 판단은 이미 나온 상태죠?
[기자]
네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곧 현재 본류 사건 수사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변호사비와 관련한 이 대표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기엔 현재 확보된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 변호사비가 쌍방울에서 대납 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 근거를 그래픽과 함께 짚어보면, 먼저 검찰은 이 대표가 밝힌 변호사 수임료 3억 원이 일반적인 기준에 비춰 이례적으로 적고, 쌍방울의 전환사채 거래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 정황이 발견됐으며,
이 대표가 선임한 변호사들이 쌍방울 사외이사 등으로 선임된 이력이 있다.
이를 종합하면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전환사채 유통 등을 주도하고 사외이사 선임을 총괄한 김성태 전 회장이 도피한 상황에서 공소시효 내 혐의를 밝히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 김성태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송환된 거 아니겠습니까?
수사의 분기점이 될 거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기자]
네 수사에 속도가 날 거로 보이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진 우선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 밝힐 건 밝히겠다며 송환 거부 소송을 포기했지만, 앞서 직접 보셨다시피 대납 의혹, 또 이 대표와의 연관성 일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전 회장의 자금을 관리했던 매제,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신병 확보도 이른 시일 안에는 난망한 상황이고요.
또 다른 당사자 이 대표 역시 김 전 회장과 인연을 일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13일) : 제가 인연이라면 내의 사 입은 거…. 도대체 저는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왜 제 변호사비를 내며….]
양측이 모두 부인하는 상황이라 혐의를 본격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진술들이 나오긴 어려운 거 아니냔 말도 나옵니다.
[앵커]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조사할 다른 의혹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입니다.
지난 2018년에서 2019년 중국으로 640만 달러를 밀반출해 북한 고위급 인사에 건네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일각에서는 체포영장에 적시된 횡령 배임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이 먼저 조사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체포 시한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만큼 검찰은 주어진 시간이 빠듯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체포영장에 적시된 전환사채 관련 혐의 외에,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수사할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보단
관련자가 이미 구속 기소되는 등 수사가 상대적으로 더 진척됐다고 보는 대북송금 의혹을 조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체포 시한을 꽉 채워 내일 밤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송재인 기자와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국내 송환과 앞으로의 수사 방향 짚어봤습니다.
고생했습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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