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특수는 다 옛날 일"…설 앞두고 한산한 대구 전통시장
기사내용 요약
서문시장 제기상 "조상 잘 모시면 복 받는다는데 요즘은 안 그래"
칠성시장 찾은 주부 "제사 안 지내는 추세, 명절재료 인터넷으로 구매"
화재 입은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난연판넬 임시점포로 재도약 준비
[대구=뉴시스]이상제 정재익 기자 = "명절특수 그건 다 옛날 일이죠"
설 명절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17일 대구지역 전통시장에서는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
서문시장 동산상가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의 명절 계획을 얘기하며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반면 하루 장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여성 의류를 취급하는 최모(71·여)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손님이 많이 뜸해졌다"며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더해져 손님들이 더 없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옷을 판매하는 한 가게 주인은 "이 색이 언니한테 더 잘 어울린다. 이제 끝물이라 더 나오지도 않아요. 딱 언니 꺼다"라고 웃으며 손님에게 옷 색상을 추천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정오가 되자 장을 보는 손님, 점심을 먹는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지만, 예년과 같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은 아니었다.
시장을 찾은 몇몇 손님들은 "아 추워, 여기(서문시장)서 살 것만 빨리 사고 따뜻한 밥 먹으러 가자"며 서둘렀다.
서문시장에서 씨앗 호떡을 파는 이모(42)씨는 설 전이라 바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에이 그건 다 옛날 일이죠. 10년 전쯤에나 그랬으려나"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강원도아줌마 분식집을 운영하는 백순자(73·여)씨는 "주말에는 좀 바쁘지만, 평일에는 한가하다"며 "명절특수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됐지. 저녁에 오는 손님도 없어서 야시장 없어졌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백씨는 "아침 8시에 나와서 장사 준비하고 오후 6시에 마감한다"며 "특히 겨울에는 추워서 앉아서 먹는 손님보다 포장해가는 손님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제기를 판매하는 임모(58·여)씨는 "조상 잘 모시면 복 받는다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다"며 "이젠 제사도 안 지내려 하고 세월이 변해서 명절 관련 장사하는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칠성시장은 대구 3대 전통시장 중 하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설 명절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추운 날씨처럼 냉랭한 풍경이었다.
올해 설은 코로나19 이후 첫대목을 누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아직 붐비지 않는 인파로 상인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시장 입구인 풍물거리 앞에서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채소를 팔던 박모(43)씨는 "지난주에도 비가 와서 손님이 없었는데 오늘도 여전합니다"라며 "그래도 한 목요일쯤 되면 대목 영향을 조금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기대했다.
입구 부근 은행 앞에 붙어있는 '온누리상품권 판매 개인구매한도 70만원, 5% 할인'이라는 홍보 글은 손님이 이토록 없을 줄 예상 못 한 듯 힘없이 붙어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온누리상품권 특별할인판매 행사는 전국적으로 설 대목을 맞아 전통시장에서 많은 판매를 할 것으로 예상돼 실시했다"며 "전통시장 판매를 촉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실시한 사업인데, 현재까지 손님이 없어 판매가 저조하다"고 걱정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초반부에는 인파가 몰리는가 싶었지만 더 들어갈수록 텅 빈 시장의 모습이 이어졌다.
분식집을 하는 이모(52·여)씨는 "보통 이 시간쯤 되면 손님들이 몰려야 되는데, 올해는 진짜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건조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손님이 없어서인지 옆집 과일가게에서 눈물이 고인 채로 있던 서모(46·여)씨는 "작년보다는 손님이 늘어난 것 같은데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물건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이번 주 내로 다 팔지 못하면 큰일이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장에 구매하러 온 사람들도 설맞이를 위해 오지 않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침산동에 거주하는 이미선(38·여)씨는 "오늘 저녁에 해먹을 반찬을 사기 위해 왔다"며 "요즘은 점점 제사를 지내지 않는 추세이기도 하고, 제 주변에서는 명절재료를 인터넷으로 많이들 구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보았던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설 대목을 맞아 재도약에 나서는 중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후 설치했던 몽골텐트 대안으로 컨테이너 소재로 제작된 난연판넬 형식의 임시점포 69개를 마련해 한파에 대비했다.
주차장 쪽에 4개의 임시경매장도 추가로 설치해 설을 맞아 늘어나는 반입 농산물들에 대해 정상 영업을 이어가도록 했다.
현재 화재 이후 3개월간의 거래규모는 전년 대비 94% 수준으로 회복됐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중앙청과 강효상씨는 "설 대목을 맞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손님 수지만, 이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손님들이 다시 장사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지금보다 더 찾아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설 명절을 맞아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귀성객과 시민들이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시와 구·군 공영주차장 및 공공기관 부설주차장을 연휴 동안 무료 개방한다.
공영주차장 86곳은 명절 장보기를 지원하기 위해 20일부터 개방하고 나머지 구·군 공영주차장 및 공공기관 부설주차장은 21일부터 24일까지 개방한다.
이상제 기자(king@newsis.com)
정재익 기자(jjik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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