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우리 집도?”…수도권 아파트 3가구 중 1가구 ‘깡통전세’

인천 전세 사기 아파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도권 아파트 3가구 중 1가구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매매가가 싼 ‘깡통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보증금 회수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전세 세입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17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단지 및 면적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 거래가 발생한 아파트 9863곳 중 2244곳(23%)에서 전세보증금 이하의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3가구 중 1가구가 ‘깡통전세’인 셈이다.

전세가 이하로 매매된 단지의 비율은 작년 4분기 기준 39%로, 2분기 8%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전용 40㎡ 이상 아파트 실제 거래 중 해제된 거래와 직거래 실거래가는 제외한 수치다. 기존 전세 최고액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체결된 각 아파트 면적별 전세 최고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전세가 이하로 매매거래된 아파트 비율 [자료 =국토부, 집토스]

특히 인천 지역에서는 1522곳 중 549곳에서 기존 전세 최고가 이하로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이는 수도권 지역 중 최고로, 비율로는 36%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서울 지역의 기존 전세 최고가 이하 매매 거래비율은 각각 30%, 2%로 집계됐다.

일례로 인천 미추홀구 주안더월드스테이트 전용 84㎡는 2021년 12월에 4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작년 12월 3억5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성사됐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 역시 지난해 5월 전세 5억4500만원에 거래됐으나, 같은해 12월 5억500만원으로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통상 해당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금 총액과 전세금(임차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70%가 넘거나, 대출금이 없더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주택 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진다면 역시 깡통전세로 본다.

최근 깡통전세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1년 사이 급락한 집값이 꼽힌다. 아직 거래신고기한이 남아 있는 12월자 거래까지 포함하면 전세 최고가 이하로 매매거래된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들였으나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자는 집값 하락과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까지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결국, 집주인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세입자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 중개팀장은 “최근 6개월 동안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매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기존 전세가보다 낮게 매매 거래된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진 팀장은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증 보험을 반드시 가입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근 6개월 간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만큼, 전세 거래 시 최근 6개월 이상 매매 거래가 없는 아파트는 각별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