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벤의 감사 편지, 후크‧블록베리도 이렇게 헤어졌다면…

곽현수 2023. 1. 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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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이저나인]

퇴사자는 최대한 원만하게, 인재를 떠나보내는 회사는 최대한 대범하게 보내주는 것이 가장 깔끔한 퇴사 과정이다. 정해진 계약에 따라 정확하게 대우하고 그 대우에 걸맞게 일하고 떠나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도 가장 깔끔한 그림이다.

하지만 최근 연예계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속계약 종료를 알리는 보도자료 속 단골 문구인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은 공허하게만 들리는 요즘이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 '열애중', '180도' 등의 히트곡을 부른 가수 벤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 14년 간 함께 해 온 소속사 메이저나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는 전속계약기간 종료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벤 씨는 "저 벤을 이끌어주시고 14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하며 가족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메이저나인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며 그동안 14년 간 벤의 음악 활동을 지원한 전 소속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실제로 벤 씨는 지난 2010년 그룹 베베미뇽으로 데뷔한 이래 줄곧 메이저나인과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벤 씨는 바이브의 윤민수 씨와도 깊은 인연을 이어왔는데 지난 2020년 벤 씨의 결혼 당시 윤민수 씨가 눈물을 쏟는 모습은 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각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벤 씨와 메이저나인이 원만한 이별을 하는데 성공했지만 최근 연예계는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속사 측이 직접 자료를 통해 아티스트의 태도 변화를 지적하며 서운함을 표출하는 일도 발생했다.

[사진=KBS]
먼저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씨는 운동선수로 치면 '원클럽맨'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후크 엔터테인먼트 한 소속사에 머물며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중순 한 매체를 통해 이승기 씨가 지난 활동 동안 음원 수익을 정산 받기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고 관련 자료 일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승기 씨와 후크 엔터테인먼트의 관계가 파국을 맞았다.

이와 더불어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이승기 씨를 향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녹취록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고 일방적으로 50억 원을 송금,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이승기 씨는 "소송경비를 제외하고 전액 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전, 현직 이사 등을 업무상 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뿐만 아니라 이승기 씨는 연말 시상식에서도 직접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내년 활동 계획도, 다툼 계획도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사진=OSEN]
이승기 씨와 비슷한 시기에 이달의 소녀와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 사이에도 감정의 골이 터졌다. 먼저 이 싸움의 희생양이 된 것은 이달의 소녀 전 멤버 츄 씨였다, 소속사 측이 지난 해 11월 2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스태프를 향한 츄 씨의 갑질 및 폭언이 소명됐다며 츄 씨를 이달의 소녀에서 제명 및 퇴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소속사 측은 "부끄러울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는 츄 씨의 해명에도 "특정 멤버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완곡하게 츄 씨를 지목했다. 이에 더해 소속사 측은 올해 1월 이달의 소녀 11인 컴백을 준비했으나 "근심이 해소 되지 않으면 컴백 활동은 무의미 하다"는 입장과 함께 컴백 무기한 연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근심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이달의 소녀 멤버 9명이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사실이 알려지고, 이 중 희진 씨, 김립 씨, 진솔 씨, 최리 씨가 승소했다. 반면, 하슬 씨, 여진 씨, 이브 씨, 올리비아혜 씨, 고원 씨는 패소했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이달의 소녀는 당초 론칭 당시 12명에서 7명으로 멤버 수가 줄게 됐다. 패소에 따라 남아있는 멤버들도 자의로 소속사에 남게 된 것이 아닌 만큼 이달의 소녀 완전체를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들도 처음 시작할 때는 각자 청운의 꿈을 품었을 것이다. 소속사는 내 아티스트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꿈을, 아티스트 역시 회사의 스태프들과 동고동락하며 스타가 되는 꿈을 품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어디서, 무엇 때문에 틀어져 버린 것일까. 한솥밥을 먹던 식구였던 그들이 이제 불구대천의 원수가 돼버린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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