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소] "우울감,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내와 이혼하고 싶어요"

이은지 2023. 1. 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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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1월 17일 (화요일)

□ 진행 : 양소영 변호사

□ 출연자 : 최지현 변호사

- 대법원에서는 혼인생활 중 부부 일방이 질병에 걸렸다면 상대방은 그 일방을 보호하고 애정과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 부부는 동거, 부양, 협조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판시해

- 불치의 정신병으로 인해 가정의 구성원에게 끊임없는 정신적, 육체적 희생이 요구되어 이혼 청구를 받아 준 판결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밝고 긍정적이었던 아내와 10년 넘게 연애를 했습니다. 아내는 저희 집에도 자주 드나들면서 저희 부모님, 누나들과도 잘 지냈습니다. 처음 결혼 얘기가 오갔을 때 제가 대학원생이어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건 어떤지'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내는 아직 학생 신분인 제가 당연히 신혼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시댁에서 살겠다고 흔쾌히 승낙해 주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저희 부모님이 산후조리를 도와주셨는데요. 아내는 그때부터 말수가 없어지더니 부모님과의 대화를 단절해버렸습니다. 아내는 밤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면서 잠을 못 자고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엔 산후우울증이라고 생각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생각했는데 3년이 넘도록 아내는 우울감과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내의 우울증으로 저뿐만 아니라 저희 부모님과도 잦은 불화가 생겼습니다. 저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아내를 데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갔고 아내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아내가 치료를 받으면 해결된다고 했지만 아내는 '자신은 우울증 환자가 아니'라면서 치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우울증으로 저희 부부가 대화를 중단한 지 3년이 지난 상황입니다. 특히 아내는 아이에게 훈육을 한다면서 손찌검과 발길질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아내의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혼소송을 할까 하는데요. 아이에 대한 친권, 양육권도 제가 가져올 수 있을까요?"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시작된 우울증이 갈등의 원인이 된 것 같은데요. 일단은 우울증 이외에 다른 사연은 크게 보이지 않는군요. 어떻습니까, 최 변호사님?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 최지현 변호사(이하 최지현): 우선 사연자가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하고자 한다고 하셨는데, 재판상 이혼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민법 840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민법 840조에서 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나 배우자의 악의의 유기, 아니면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에 의한 심히 부당한 대우, 자기의 직계존속에 대한 배우자의 심히 부당한 대우, 배우자의 3년 이상의 생사불명, 그 밖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사연자의 경우에 재판상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840조 6호의 '그 밖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해보실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우울증 때문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기에는 주장이 약해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 양소영: 보니까 우울증 치료가 가능한데, 아내가 지금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화를 중단한 지 3년이 됐는데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 보면, 이 부분은 이혼사유로 주장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어떨까요?

◆ 최지현: 치료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셔서 우울증에서 벗어나시는 게 아내가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그렇고 가정생활을 하시는데도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지금 아내가 의사의 권유대로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거부해서 사연자가 만약에 아내가 이렇게 치료를 거부한다면 더 이상은 아내와 함께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 양소영: 그러게요. 그런데 남편도 보니까 아내를 설득하거나 더 노력을 하지 않고 대화를 중단한 지 3년이라고 하는 걸 보니까, 남편도 과연 아내의 우울증과 관련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 사연 자체만으로는 불분명해 보이기는 합니다.

◆ 최지현: 우선은 아내와 함께 진지하게 대화를 한번 해 보셔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일 것 같고. 만약에 아내의 우울증 문제로 다툼과 갈등이 빈번해서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내에게 먼저 협의 이혼 의사를 물어보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아내가 협의 이혼에 동의한다면 생각 외로 이혼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양소영: 그런데 협의 이혼에 동의를 안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남편분은 아내가 우울증 치료를 거부한 사실, 그리고 본인이 아내의 치료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노력했다는 사실, 그리고 대화를 중단하게 된 것이 어쨌든 아내의 치료 거부와 노력이 없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지, 본인의 책임으로 대화 중단이 일어난 게 아닌 것들. 이런 부분들이 잘 입증이 된다면 재판상 이혼 청구로 가야 되는 경우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최 변호사님, 어떻습니까? 우울증으로 인한 이혼에 대해서 법원은 어떻게들 보고 있습니까?

◆ 최지현: 이 사연과 비슷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는데요. 아내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시부모님을 정성껏 봉양했지만 아무래도 시부모님과 같은 거주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부딪치며 살다보니 갈등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로 아내가 우울증 증세를 보였는데, 이 대법원 판례에서의 아내는 병원의 치료를 받아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 지장이 없고 혼인 유지 의사를 보였습니다.

◇ 양소영: 우리 사연하고 조금 다른 게, 일단은 치료를 받았나 보죠? 그리고 본인이 적극적인 혼인 유지 의사가 있었네요.

◆ 최지현: 네, 그렇습니다. 판례의 경우에는 우울증을 앓던 아내가 병원 치료를 받고 우울증을 극복해서 결국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 지장이 없었던 것이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연의 경우에도 의사가 치료를 받으면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점으로 보았을 때 이 사연의 아내가 앓고 있는 우울증도 치료로 일상회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는 부부 사이에 동거, 부양, 협조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혼인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혼인생활 중에 일방이 질병에 걸렸다면 상대방은 그 일방을 보호하고 애정과 정성을 다하여야 할 것이지 이를 이유로 이혼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양소영: 네. 그러면 우울증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그렇게 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불치의 정신병에 걸렸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최지현: 혼인생활 중에 부부 일방의 질병에 대해서는 다른 일방이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긴 하지만, 만약에 배우자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걸렸고, 그 질환이 단순히 부부의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되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가정의 구성원에게 끊임없이 정신적, 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며,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많은 재정적인 지출을 요하고. 또 그로 인해서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면, 온 가족이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을 받더라도 다른 배우자는 배우자간의 애정에 터 잡은 의무에 따라 참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이혼 청구를 받아 준 판결이 있었습니다.

◇ 양소영: 마지막으로 사연자분이 자녀에 대한 친권, 양육권 주장이 가능한지 물어오셨어요.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 최지현: 아내의 우울증만으로 아내가 친권, 양육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이 사연같이 아내가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고 있고 남편과의 대화를 오랜 기간 단절하고, 또 그로 인해서 아이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면 남편분인 사연자분이 자녀에 대한 친권, 양육권을 주장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양소영: 오늘 안타까운 사연이었는데요, 최지현 변호사님,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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