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섬 해저 ‘마그마’ 꿈틀…‘1650년 그날’처럼?
연구진 “당장 위험 임박 아니지만 지속 감시해야”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그리스의 화산섬 산토리니 근처 바다에서 대형 화산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폭발 시에는 대규모 쓰나미와 화산재 분출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향후 지속적인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과 미국, 그리스 등의 과학자들이 산토리니 근처의 해저에서 ‘콜롬보 화산’의 폭발을 촉발할 수 있는 마그마 덩어리, 즉 ‘마그마 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지구화학, 지구물리학, 지구시스템즈’ 최근호에 실렸다.
콜롬보 화산은 산토리니에서 7㎞ 떨어진 바다로 이동한 뒤 수면 아래로 500m 내려간 해저에 존재한다. 콜롬보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화산 중 하나인데, 마지막 폭발은 1650년에 있었다. 이때 적어도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산 폭발은 화산 아래에 놓인 마그마 방이 점차 커지다가 지하 내에서 견딜 수 있는 압력의 한계치를 넘을 때 발생한다. 풍선에 공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펑 소리를 내면서 터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연구진에 따르면 콜롬보 화산의 마그마 방은 1650년 폭발한 뒤 매년 400만㎥씩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1.4㎦의 마그마가 쌓인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진은 1650년 콜롬보 화산이 분출할 때 마그마 방의 부피가 2㎦였다고 보고 있다. 지금 속도대로 마그마 방이 커진다면 약 150년 뒤에 콜롬보 화산의 마그마방은 같은 크기로 성장한다.
하지만 화산은 마그마 방의 크기가 정확히 같아지는 때 꼭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 화산은 예상하기 어려운 지질학적인 변수가 개입돼 폭발 주기가 종전보다 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콜롬보 화산의 위험이 임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계가 필요한 단계인 셈이다.
연구진은 콜롬보 화산 아래에 있는 마그마 방을 의료용 초음파 기기와 유사한 장비로 찾아냈다. 해저 화산은 말 그대로 바닷속에 있기 때문에 육지 화산과는 달리 지진계를 설치해 이상 동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연구진은 콜롬보 화산 근처의 바다로 연구 조사선을 타고 나간 뒤 바닷속으로 음파를 발사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이 쏜 음파는 지진파와 유사한 작용을 했는데, 딱딱한 바위보다 마그마처럼 액체와 비슷한 부드러운 물체 속을 더 느리게 이동했다. 음파의 이동 속도를 확인해 화산 아래에 마그마가 잔뜩 모여 있다는 점을 알아낸 것이다.
콜롬보 화산이 폭발하면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와 대규모 화산재 분출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토리니의 1만5000여명 인구와 세계적인 관광지를 찾은 각국의 여행객, 그리고 산토리니가 있는 에게해 주변의 항공과 해상 교통수단이 모두 화산 폭발의 영향에 노출된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화산 상태가 당장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수준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래에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는 폭발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영구적인 화산 관측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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