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철도사고에…코레일 근무 4조2교대→3조2교대 환원명령(종합)

박초롱 2023. 1. 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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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철교서 2시간 멈춰선 전철…기관사는 5개월차 신입이었다
이미 90% 이상 4조2교대 근무 중…노조 반발에 난항 예고
현장에 경력직원 투입 확대…코레일 '안전부사장' 신설도
무궁화호 탈선...열차 운행 중단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6일 밤 서울 영등포역을 지나는 열차의 운행이 중단돼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8시 15분 용산발 익산행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선로를 이탈했다. 2022.11.6 utzza@yna.co.kr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오봉역 사망 사고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4조2교대 근무 체계에서 3조2교대로의 환원을 명령했다.

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4조2교대 근무를 확대하며 인력난이 심해지고 숙련도 역시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철도 사고는 신입직원이 위험업무에 투입됐다가 일어난 경우가 많아 경력직원을 안전 일선에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철도사고 지난해 66건…10년 만에 증가세 전환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17일 발표했다.

10년간 지속해서 줄어들던 철도사고는 지난해 증가세로 전환됐다.

2012년 222건에서 2021년 48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66건으로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열차 궤도 이탈이 세 차례, 코레일 직원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연말에는 퇴근길 수도권 1호선 전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서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2시간 동안 추위에 떠는 일도 있었다.

특히 한강철교 사고는 열차를 몰던 기관사가 5개월 차 신입직원이었고, 멈춰 선 열차를 견인한 열차의 기관사는 13개월 차라 사고 수습이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봉역에서 시멘트 수송용 벌크화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다 숨진 코레일 직원은 30대 초반이었고, 이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한 화물열차를 운전하던 기관사는 수습 직원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려 신규 인력이 많이 들어왔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사고가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오봉역 등 업무량이 많은 역사에 중견과 신입 직원이 균형 있게 근무하도록 하고, 중간 관리자가 부역장·역무팀장 등 현장 책임을 맡도록 인력 배치를 개선하기로 했다.

신규 광역철도 기관사는 선로 등 현장에 익숙해진 뒤 열차를 운전하도록 전철 차장(출입문 취급 업무 담당)을 거쳐 기관사로 투입되도록 한다.

오봉역에 멈춰선 시멘트 열차 (의왕=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선로에 시멘트 열차들이 멈춰서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발생한 인명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오봉역 인근 대형 시멘트사들의 열차 운행을 당분간 중지시켰다. 오봉역은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쌍용C&E, 아세아시멘트 등 7개 대형 시멘트사들의 출하기지가 모여 있다. 2022.11.8 stop@yna.co.kr

코레일 4조2교대 도입률 90% 넘어서

국토부는 코레일의 4조2교대 근무 체계에 대해서는 3조2교대로 환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4조2교대 도입이 필요할 경우 안전도 평가 등 절차를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코레일 노사는 2020년 1월부터 4조2교대 근무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이라고 하지만 도입률이 91∼92%에 육박해 사실상 근무체계를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토부는 4조2교대는 국토부 승인 없이 도입된 체제이며, 근무 체계 변경 이후 철도 사고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무궁화호가 탈선한 영등포역의 경우 4조2교대 도입 이후 조당 하루 평균 인력이 40명에서 32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근무를 줄이기 위해서 노조와 코레일이 정부 승인 없이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바꾸면서 투입 인원 수가 줄었고, 인력 부족 문제가 생겼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3조2교대 환원은 코레일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환원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촬영 정유진]

흩어진 관제 기능은 하나로…장비 도입 확대

국토부는 작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철도·유지보수 실명제를 강화하고,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CCTV 설치 방안도 검토한다.

철도 사고나 운행 장애 때 관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코레일 내에 흩어진 관제 기능은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관제는 기능이 구로관제·철도역(로컬 관제)·본사로 분산돼 있어 사고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관제·시설 유지보수 기능을 코레일에서 떼어내는 방안에 대해선 연구용역을 거쳐 검토하기로 했다.

철도 정비를 위한 장비 도입은 확대한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여전히 인력 위주로 차량을 정비하고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구시대적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철도 유지보수 비용에 인건비가 75%(지난해 기준)를 차지한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고 우려가 있거나 차량 정리작업이 빈번한 역사의 선로 전환기는 자동으로 전환하고, 작업자가 원격으로 기관차를 제어하는 무선 입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 내에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가 내놓은 철도안전 강화대책은 인력 확충을 필요로 하는데,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감축 기조와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25년까지 코레일 정원을 722명 줄이기로 했다.

국토부 정채교 철도안전정책관은 "안전 인력은 줄이지 않겠다는 기조"라며 "장비 활용률을 높이고, 인력을 안전 분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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