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료원 병상축소는 공공안전망 포기"…의사들 호소
기사내용 요약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대국민 호소문
"현재 병원 규모로 건물만 새로 지으라는 통보"
"의료원 필수중증의료 기능 제대로 수행 못해"
"본원 800병상 포함 총 1천병상 이상 꼭 필요"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가 중앙 공공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NMC)이 신축·이전해 운영하려던 병상 수가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사업비 삭감으로 애초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요구한 1050병상에서 760병상으로 대폭 축소되자 이 병원 의사들이 "공공의료 안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최근 기재부에서 발표한 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 축소 결정은 현재의 병원 규모로 건물만 새로 지으라는 통보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며 지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재부에서 통보한 신축·이전 사업 규모로는 중앙의료원이 부여 받은 외상, 응급, 감염병, 심뇌혈관질환, 모자의료 등 필수중증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면서 "본원(모 병원)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필수중증의료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최근 중앙의료원과 협의해 총 1050병상(의료원 800병상·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기재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사업비를 1조2341억 원에서 1조1726억 원으로 축소해 760병상(의료원 526병상·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확정했다.
이들은 "본원에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과 우수한 진료 역량이 평소에 구축돼야 적시에 필수중증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반드시 총 1000병상 이상(본원 800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위기 등 재난 상황에서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필수의료의 국가 중앙 병원으로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 규모의 병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본원은 감염병 위기 시 감염병 병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필수 병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대규모 병상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의 경우 음압격리병상 330병상과 본원 1720병상, 홍콩 감염병센터는 음압격리병상 108병상과 본원 1753병상, 독일 샤리떼 병원은 음압격리병상 20병상과 본원 3001병상을 운영 중이다.
기재부에서 통보한 신축·이전 사업 규모로는 공공병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의료제공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중앙의료원 전체 내원 환자 중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상급종합병원 대비 월등하게 높다"면서 "특히 복합적 질환과 임상적 난이도가 높은 질환을 가진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적정한 진료는 중앙의료원의 중요한 역할인데, 새로 짓는 병원마저 규모의 한계로 인해 취약계층에게 적정한 진료를 할 수 없다면 공공 의료의 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공공의료 중추인 중앙의료원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 과연 있는지 정책 당국에 묻고 싶다"면서 "의료원이 감염병 위기 등의 재난 상황 시 필수의료와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려면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진료권 내 병상 초과 공급 현황)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규모가 결정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기재부가 지적한 낮은 병상 이용율의 경우 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논의가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제대로 된 투자도 없었던 점과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존 입원 환자들을 억지로 내보내 가며 감염병 대응을 한 점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1958년 6·25 전쟁 후 혼란 속에 외국의 원조를 받아 개원한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는데 현재 수준의 규모와 기능으로는 국가가 기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 명백해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국가 중심 병원으로 제대로 기능 할 수 있는 신축 이전을 정부 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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