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조지아서 시작된 SKC 새 도전…"반도체 패키징 게임체인저"
24년전 필름 공장 세운 SKC는 조지아주 K-생산기지의 선봉장
(커빙턴[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반도체의 미세공정 경쟁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결국 여러 개의 반도체를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경쟁력을 결정할 것입니다. 앱솔릭스의 글라스기판은 그런 면에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SKC의 반도체 글라스 기판사업 자회사 앱솔릭스의 오준록 최고경영자(CE0)는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 SKC 공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취재진이 찾은 글라스기판 공장은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 SKC 필름공장 옆 부지에서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했다.
SKC와 앱솔릭스는 이 곳에 2억4천만달러를 투자한다. 글라스기판을 연간 1만2천㎡ 규모로 생산하는 공장으로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또 3억6천만달러의 2단계 투자를 통해 연산 규모를 7만2천㎡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글라스기판은 얇은 유리 층에 여러 개의 반도체를 장착해 칩셋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혁신 소재다.
SKC는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반도체 글라스 기판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50cm에 달하고, 두께가 일반 기판 4분의 1(0.8mm)에 불과한 매끄러운 표면의 글라스 기판은 해외 기업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글라스 기판은 반도체 미세공정이 높은 투자 비용 등으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반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떠오르자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패키징이란 반도체 여러 개를 단일 기판에 실장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공정으로, "반도체를 담는 그릇과 같다"는 것이 오 CEO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존 플라스틱 기판은 고르지 못한 표면 때문에 미세화를 거듭하는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용으로는 한계를 보였고, 이에 표면이 매끈한 실리콘을 중간기판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이는 한국이 아닌 해외 파운드리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실리콘 기판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의 확산에 따라 여러 문제점이 누적되자 앱솔릭스는 조지아공과대와 함께 유리를 활용하는 글라스기판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오 CEO는 "글라스 기판은 사각 패널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징 미세화와 대형화 추세에 대응할 수 있다"며 "중간기판이 없어 두께는 얇아지고, 전력 효율은 높아져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반도체 소자를 기판 내부에 넣을 수 있어 표면에는 더 큰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장착할 수 있다"며 "같은 면적으로 성능이 더 뛰어난 패키징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앱솔릭스가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반도체 글라스 기판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면적은 5분의 1로, 전력 사용량은 절반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앱솔릭스 공장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패키징 등 3개의 생산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계획이다. 이는 세계 유일 공정이다.
아직은 뼈대밖에 없는 공장 옆으로 1999년 설립된 SKC의 필름공장이 눈에 띄었다. PET 필름은 SKC의 모태사업이다.
미국 조지아주에는 SKC를 시작으로 기아(2009년), 금호타이어(2016년), 한화큐셀(2019년) 등이 잇따라 공장을 세웠고, 현재 협력사까지 120개의 한국기업이 포진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SKC는 '조지아주 한국 생산기지'에 스타트를 끊은 선봉장이었던 셈이다.
앱솔릭스 관계자는 "조지아주는 기후나 물류 차원에서 최적의 생산기지"라며 "앱솔릭스 공장은 SKC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상징하는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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