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되면 반도체 판이 바뀐다"…SKC '유리 기판'에 거는 기대
"(반도체 글라스 기판이)양산되면 반도체는 물론 자율주행 등 4차산업의 판도가 바뀔 겁니다"
오준록 앱솔릭스 대표가 9일(현지시간) 오후 4시쯤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에서 만난 기자에게 "5년, 10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 생태계를 잘 만들어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이같이 확신했다. 앱솔릭스는 SKC의 반도체 글라스(유리) 기판사업 자회사다.
오 대표가 확신한 건 반도체 유리 기판이 반도체 산업이 맞닥뜨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서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기술적 한계와 높은 투자비용에 부딪힌 상황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떠올랐다.
패키징이란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에 실장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메모리 등 반도체들이 여러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함께 기판에 하나의 부품으로 패키징이 된다.
그간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패키지는 2015년 대만 TSMC가 실리콘을 활용한 상품화에 성공한 이후 90% 이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이 무거워 플라스틱만으로는 기판이 휘기 때문에 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플라스틱의 경도를 높여주기 위해 철을 입히다보니 생산단가가 비싸다.
앱솔릭스가 독자 양산을 준비하는 반도체 유리 기판은 기존 고성능 패키징 방식의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 유리는 안정적인 물성을 띄면서도 재료가 매우 풍부하다. 또 단단하기 때문에 기판을 얇으면서도 넓게 펼 수 있다.
앱솔릭스는 반도체 칩 공간을 차지하던 MLCC도 유리 기판에 넣었다. 기존 패키징에선 반도체 칩을 1~2개만 올릴 수 있었는데 유리 기판을 쓰자 같은 공간에 칩을 3개까지 실장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를 쓰는 업체 입장에선 별도의 R&D(연구개발) 없이도 2배, 4배의 효율성을 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중간 실리콘 기판이 빠지면서 두께가 얇아졌다. 그만큼 전기가 오가기 좋아 효율도 높아졌다. 연산능력도 좋아져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전력 수요도 낮은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엔 필수다.
앱솔릭스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국내 IT 대기업의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을 적용했더니, 데이터센터의 면적은 5분의1로 줄이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땅값이 매우 비싼만큼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수요가 높다.
오 대표는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요즘 화두인 ESG에 좋고 전주기(LCA) 탄소 평가에도 유리해 기업 가치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 기판은 반도체 산업을 완전히 뒤바꿀 '게임 체인저'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양산인만큼 패키징,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200개의 독자 공정을 꾸리면서도 만족할만한 '수율'이 나와야 한다.
김성진 앱솔릭스 CTO(최고기술경영자)는 "올 한해 수익성을 내기 위해 양산, 수율 제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비즈니스의 규모 등이 올해 안에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솔릭스는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열고 커빙턴시의 SKC 부지 내에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 2억4000만달러(약 2960억원)가 투자됐고 연간 생산 1만2000㎡(약 3630평) 규모로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내년 중순쯤 양산된 제품이 고객사로 인도될 전망이다. SKC·앱솔릭스는 3억6000만달러(약 4440억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연간 7만2000㎡(약 2만1780평)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오 대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그간 대한민국에선 실현하기 어려웠다.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유리는 한국에도 많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1위다. 반도체 유리 기판을 통해 차세대 패키징 시장 장악, 소부장 동반 성장 모두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커빙턴(미국)=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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