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직장 때문에 병원 못가요"… 10년치 실증통계로 증명됐다

황국상 기자 2023. 1.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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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20년 의료서비스 이용 8만5690명 가명자료화 결과노동硏·건보공단·심평원 정보 가명처리, 심평원·서울대 분석"공공기관 협력을 통한 가명정보 결합 선도사례"
/ 자료=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더라도 직장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해석되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공식 발표됐다.

65세 이상 고령층, 기혼자, 고졸 이하 학력, 미취업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최고 5.5% 더 많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는 2011년 이후 2020년까지 10년간 단 한 번이라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이들 중 8만5690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정보는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가명처리됐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협력해 다양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한 후 이 정보를 결합·분석함으로써 밀착형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계기다.

1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노동연구원, 서울대와 공동으로 발표한 '생애주기에 따른 의료이용 실태분석 및 형평성 비교' 연구결과는 기존 보건의료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개인의 혼인여부, 교육수준, 근로형태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인구집단 특성별 의료이용 양상과 형평성에 대한 각종 지표들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단 한 번이라도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8만5690명의 정보가 활용됐다. 이같은 정보를 추리기 위해 △노동연구원은 1만2000가구에 거주하는 패널표본 구성원을 대상으로 경제·노동 활동, 소득·소비 활동, 교육 및 직업 등에 대해 매년 추적조사한 자료 3만4000여건 △심평원은 건강보험 가입자,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청구한 의료이용 및 의료비 정보 5687만건 △건보공단은 건강검진 정보와 자격, 보험료 정보, 장기요양 정보 등 3726만건을 각각 제공했다.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인증을 받은 건보공단이 이들 정보를 결합시켜 8만5690명의 정보를 만들어냈다. 이같은 결합정보를 서울대, 심평원 등이 공동으로 분석해 재차 의미있는 정보를 추려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별간 의료비 지출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외래서비스 지출은 여성이 남성보다 0.9% 더 높았다. 반면 입원서비스 지출은 남성이 여성보다 1.1% 더 높았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전체 의료비 지출은 64세 이하 청장년층보다 5.5% 더 높았다. 또 미혼자보다 기혼자의 의료비 지출이 3.3% 더 높았다. 특히 미혼자는 외래진료 의료비 지출이 기혼자에 비해 26%나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졸 이하 그룹보다 대학교 학사 이상 그룹에서 전체 의료비 지출이 2.7% 더 낮은 것도 눈에 띄었다. 미취업자의 의료비 지출은 상근직, 임시일용직, 자영업자에 비해 각각 1.8%, 0.8%, 0.7% 더 높았다.

질환별로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한 번이라도 관련 질환을 앓았던 이들의 비율을 의미하는 유병률의 경우 고혈압 유병률은 2011년 15.9%에서 21.7%로 높아졌고 당뇨는 같은 기간 7.5%에서 12%로 높아졌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향유는 고르지 않았다.

이를테면 고혈압환자 입원율은 미취업자가 임시일용직보다 1.5배 더 높았다. 성별, 연령, 혼인, 교육수준, 흡연, 음주 등에 따른 유의미한 입원율 차이는 없었다.

당뇨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1.3배 입원율이 더 높기는 했으나 미취업자 입원율이 상근직,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보다 1.6배, 1.5배, 1.4배씩 더 높았던 것이다. 입원율이 낮고 의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이 그만큼 의료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덜 충분하게 받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어떤 이유에서 이같은 숫자 차이가 나타난 것인지 정확히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정렬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위원회와 관계기관이 협력해 가명정보 결합 선도사례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우리나라 가명정보 활용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의료이용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의료이용 형평성 개선에 혜안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가 활성화됨으로써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기를 바란다"며 "보건복지부는 앞으로도 보건의료데이터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확산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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