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금만 받아요"… 길거리음식 명소에서 한숨이 절로

최근 길거리 음식 종류가 다양해져 랍스터와 소고기 스테이크도 길에서 맛볼 수 있다. /사진=송혜남 기자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좋은 것 같아요."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명동야시장을 방문한 20대 A씨는 2만원짜리 랍스터구이를 먹으며 "물론 가격이 싸진 않지만 여러 음식을 길에서 맛볼 수 있어 좋다"며 "식당에서 이런 음식을 먹으려면 더 비싸고 맛도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며 내·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방문이 늘었다. 특이한 점은 역대급 한파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길거리 음식을 맛보려 가족 또는 연인, 친구들과 거리를 누빈다는 점이다.

머니S는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 음식이 잘 팔리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시내 길거리 음식 명소인 명동 야시장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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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의 메카 명동… 2000원부터 2만5000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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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시간대 영상 2도의 추운 날씨에도 명동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명동야시장에 붐비는 인파. /사진=송혜남 기자

15일 오후 2시쯤 서울엔 눈비가 내리고 낮 최고 기온이 2도밖에 되지 않아 쌀쌀했지만 명동거리는 길거리 음식을 맛보기 위한 방문객으로 인산인해였다.

거리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호떡·어묵부터 랍스터·스테이크까지 다양했다. 가격도 2000원부터 2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방문객은 주로 한국인이었지만 외국인도 꽤 많았다. 소시지를 판매하는 상인 A씨는 "구글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명동야시장'이라고 등록돼 있다"며 "외국인은 대부분 이 앱을 통해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 "낮보다는 밤에 손님이 더 몰린다"고 설명했다.

명동야시장 초입에 위치한 호떡집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진=송혜남 기자

줄이 특히 긴 상점은 2000원짜리 호떡을 파는 점포였다. 10여분 만에 호떡을 구매한 태국인 B씨는 한국말로 "정말 맛있어요"라며 호떡을 후후 불었다. 그는 "많은 음식 중 왜 호떡을 먹나"라고 묻자 "가장 싸고 특색있다"며 "다른 음식은 태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인근에서 과일 탕후루를 판매하는 상인 C씨는 "저 상점은 일반적인 호떡을 파는데도 항상 줄이 길다"고 부러워하며 "손님이 대부분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명동야시장 길거리 음식 메뉴는 수십가지가 넘는다. /사진=송혜남 기자

명동야시장은 서울 시내에서 '길거리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가격대가 비교적 높고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점포 앞에 계좌번호를 써서 붙여놓고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곳이 많았다. 기자가 살펴보니 10곳 중 9곳가량은 카드결제가 불가능했다. 또 가격표를 붙이지 않은 곳도 많아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특히 분리수거시설과 흡연장 등이 따로 분리돼 있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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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의 원조 '갓성비' 노량진 컵밥… 30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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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많은 이들이 서울 길거리 음식의 원조로 꼽는 '노량진 컵밥' 거리를 방문했다. 동작구는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3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약 5분 거리(도보 기준)에 컵밥 거리를 구성해 역 인근 포장마차 상인들을 이주시켰다. 현재는 20여곳의 점포가 컵밥거리에서 영업 중이다.

15일 오후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컵밥거리에는 식사하려는 손님들로 붐볐다. /사진=송혜남 기자

컵밥 메뉴는 원조 컵밥은 물론 베트남식 볶음밥, 일본식 덮밥, 쌀국수 등으로 다양했고 평균 가격대는 3000~7500원이었다. 컵밥 거리는 간식을 넘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동야시장보다 저렴한 느낌이었다. 기자는 5000원짜리 돼지·소고기 반반 덮밥을 주문해 끼니를 해결했다. 즉석에서 요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고 맛과 양도 만족스러웠다.

상인 D씨는 "컵밥을 판 지 15년째"라며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500~1000원 올렸다"며 "그래도 우리 가게에서 가장 비싼 메뉴가 5000원"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요즘엔 유튜브나 방송이 활성화돼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5000원짜리 돼지·소고기 반반 덮밥을 주문했다. /사진=송혜남 기자

쌀국수를 포장하러 온 수험생 20대 E씨는 "평소에도 (길거리 음식을) 자주 먹는다"며 "요즘 5000원 내고 밥 먹을 곳이 드물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음식 가격이 싸서 자주 오기도 하지만 식당에 비해 맛도 좋아 계속 방문하는 것"이라며 "메뉴도 다양해 골라먹는 맛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컵밥 거리엔 가게 안내도와 함께 쉼터가 마련돼 있다. 또 분리수거장과 흡연장 등을 설치해 위생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몇몇 점포는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천막을 설치하기도 했다.하지만 명동과 마찬가지로 현금 결제를 고수하는 점은 아쉬웠다.

■길거리 음식 점포 운영 시간
▲명동야시장(동절기 기준) = 평일 오후 3시~밤 11시, 주말·휴일 오후 2시~밤 11시
▲노량진 컵밥 거리 = 점포별 자율 운영

송혜남 기자 mike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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