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근무제 전환發 가입 급증 없었다… 과반 달성은 임박”
‘리더십 재정의, 김범수와 직접 대화’ 요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가 17일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가입률이 최근 10%에서 50% 급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올초 회사가 전면 재택근무를 폐지하면서 노사 갈등이 가시화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지회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 공동체 조합원은 4000명이다. 이중 카카오 조합원은 1900여명이다. 단, 후자의 경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과반 달성은 확실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과반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지회 측 설명이다. 조합원이 카카오 전체 사원 수 과반을 넘게 되면 사측에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카카오 전체 사원 수는 지난해 6월 기준 3603명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과반 노조 모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기대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해당 부분에 대한 판단을 현재 회사와 논의 중이다. 논의가 완료되는 시점에 다시 정확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 추세로는 과반 노조 달성이 어느 정도 임박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 지회장은 이어 “회사가 재택근무를 요구한 이후로 노조 가입이 급증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노조 가입률은 앞서 모빌리티 매각, 경영진 교체 등 이슈가 있을 때에도 올랐다. 오랜 기간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지회장은 단순 재택근무 폐지가 아닌 지나치게 잦은 근무제 변경이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유연근무제 2.0, 메타버스 근무제, 파일럿 근무제, 카카오온 근무제 등 202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근무제가 총 네 차례 바뀌었다”며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회는 이날 카카오 공동체의 문제점으로 ▲불안한 환경 ▲리더십 부재 ▲신뢰 부족을 꼽았다. 서 지회장은 “회사는 반복되는 분사·인수·합병과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 과도한 조직 개편으로 불안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이다. 경영진은 여전히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일관성 없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사내 구성원이 임원진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회는 근무제를 둘러싼 지금의 논란 역시 노사간 신뢰가 떨어진 결과라고 짚었다. 서 지회장은 “사측은 새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구성원들과 꾸준하게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최종안을 공유했다”며 “노사협의회와 노조의 실질적인 논의 참여도 어려웠다”고 했다. 또 “사측은 이와 관련한 문의에도 묵묵부답을 유지했다”며 “정기적으로 열리던 오픈톡(타운홀 미팅)도 횟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온라인 미팅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지회는 모호한 경영진 범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 지회장은 “특히 비등기 이사의 범위가 알려져 있지 않고, 고용 형태로 일반 직원과 차이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이들은 경영진과 같은 권한을 사용하지만 책임에서는 벗어나 있는 구조다”고 했다.
지회는 그러면서 사측에 근무제도 안정화를 위한 ▲구성원들의 직접 동의절차 보장 ▲조직단위의 효율적 결정 보장 ▲연구과제 진행을 요구했다. 빈번한 조직개편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전환배치시 노사 합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밖에 ▲미교섭법인 교섭 확대 ▲보편적인 공동체 복지 증대 ▲이중구조 격차 해소를 통한 통합적인 교섭 확대도 촉구했다.
서 지회장은 끝으로 “카카오는 공감의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며 “우선 임원의 책임과 권한을 규정화하고, 임원 선임과 역량 평가 절차를 제도화해 카카오의 리더십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환배치와 근무제에 대한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논의기구 설치도 건의한다”며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의 공개적인 대화도 요청한다”고 했다.
서 지회장은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김 센터장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노사간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다르면 대화가 불가능한데, 지난 4년간 협업 도구 등을 이용한 소통이 가능한데도 김 센터장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아왔다”고 했다.
쟁의 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쟁의 행위는 노조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파업·태업 등의 활동이다.
지난해 10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겪었을 당시, 재택근무제로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일각의 분석과 관련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며 “오히려 원격 상황에서 대응을 빨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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