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뿔 달린 삼엽충은 최초의 ‘짝짓기 경쟁’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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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경쟁자인 다른 수컷을 길고 갈라진 뿔로 들어 올려 나무 아래로 떨어뜨리는 요즘의 장수풍뎅이처럼 4억년 전 모로코의 뻘밭에서는 수컷 삼엽충끼리 긴 뿔로 사랑싸움을 벌였을지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화석에서 암수를 가리기는 힘들지만 월리세로프스 삼엽충도 장수풍뎅이처럼 수컷에만 긴 뿔이 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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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년 전 모나코 펄에 살던 삼엽충 화석 분석 결과 “최초의 성 선택 증거”
공작·사슴처럼 방어나 먹이 찾기 아닌 암컷 환심과 경쟁자 퇴치 기능
형태와 기능 장수풍뎅이 유사, “수컷에만 뿔 달린 성적 이형 가능성”
짝짓기 경쟁자인 다른 수컷을 길고 갈라진 뿔로 들어 올려 나무 아래로 떨어뜨리는 요즘의 장수풍뎅이처럼 4억년 전 모로코의 뻘밭에서는 수컷 삼엽충끼리 긴 뿔로 사랑싸움을 벌였을지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는 가장 오랜 성 선택의 증거이다.
앨런 기쉬릭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 고생물학자 등은 17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이마에 삼지창 모양의 뿔이 달린 월리세로프스 삼엽충 표본들을 현생 장수풍뎅이와 비교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삼엽충은 그리스 신 포세이돈의 삼지창 비슷한 뿔이 몸길이 만큼 앞으로 뻗은 독특한 모습이다. 2001년 학계에 보고된 이후 이 거창한 뿔의 용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유력한 가설은 당시 바다의 포식자였던 고대 앵무조개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무기였다는 것이었고, 바닥을 파헤쳐 먹이를 찾기 위한 도구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길고 가지가 난 복잡한 뿔이 방어 무기로 쓰기엔 너무 둔하고 또 먹이를 찾는 데 쓰기에도 불편하다고 판단했다. 암컷의 환심을 사고 경쟁상대인 수컷을 물리치는 무기로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다.
연구자들이 운 좋게 발견한 건 미국 휴스턴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월리세로프스 삼엽충 표본 가운데 특이하게 창이 네 갈래인 삼엽충이었다. 정상적으로 3갈래가 아니고 한 개의 날에서 2개의 가지가 돋은 기형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기형 삼엽충이 뿔만 빼면 정상적인 성체로 자란 점에 주목했다. 만일 이 뿔이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는 데 중요한 기관이었다면 성체까지 무사히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성적 싸움 도구라면 짝짓기는 하지 못했을지언정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
공동저자인 리처드 포티 영국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이 삼엽충의 뿔이 수컷끼리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데 썼을 것이라고 믿게 됐다”며 “동물의 성적 경쟁에서 비롯한 진화는 우리가 알던 것보다 수억 년이나 일찍 시작됐다”고 말했다.
동물의 진화에는 생존 능력뿐 아니라 성적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작 수컷이 거대한 장식 깃을 지니고 사슴 수컷이 엄청난 뿔을 갖춘 것이 그런 예다. 그런 형질은 생존을 위한 실질적 기능보다는 암컷의 선택을 받고 다른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기 때문에 진화했다.
연구자들은 현생 동물 가운데 이 삼엽충과 가장 비슷한 뿔을 가진 종은 장수풍뎅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북아에 분포하는 장수풍뎅이 수컷은 끝이 사슴뿔처럼 갈라진 긴 뿔로 상대를 들어 올려 뒤집고 나무 밑으로 밀어뜨린다.
장수풍뎅이 암컷에는 이런 뿔이 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화석에서 암수를 가리기는 힘들지만 월리세로프스 삼엽충도 장수풍뎅이처럼 수컷에만 긴 뿔이 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199701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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