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정말 UAE의 적일까···겉으로 나빠보여도 경제적으로 밀착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이란은 정말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일까.
이란 외무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16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 관계 개선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의 말처럼 이란과 UAE는 ‘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서로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방으로부터 오랜 제재를 받아온 이란이 세계 경제와 연결되는 1차 고리가 UAE라는 말도 나온다. 이란은 수입의 68%를 UAE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 지정학리스크 분석매체인 포린브리프에 따르면, UAE의 대 이란 수출액은 지난해 120억달러(약 14조88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서방의 눈치를 보느라 수출 상품 신고가 축소되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포린브리프는 예측했다. 최근 양국은 2025년까지 무역규모를 300억달러(약 37조14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아랍에미레이트의 통신사(WAM)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기 불과 이틀 전에도 이란의 마흐디 사파리 이란 경제외교부 차관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아부다비를 방문해 칼리파 샤힌 알 마라르 UAE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물론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수니파 국가인 UAE가 외교적으로 껄끄러울 때도 있었다. 특히 2016년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 니므르 알 니므르를 처형한 후 이란의 사우디 대사관이 공격당하자, UAE는 이란과 단교한 사우디에 발맞추기 위해 이란과의 외교 수준을 대사급에서 공사급으로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에 긍정적 관계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란 외무부의 주장처럼 중동의 외교 지형에는 현재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UAE는 2021년 8월 미국의 중재로 오랜 적인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카타르, 튀르키예 등 한때 불화를 겪은 주변국들과 관계 회복에 나선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6년여 만에 이란에 다시 대사를 파견하고 관계를 회복했다.
이는 ‘미국’의 빈자리 때문이다. 중동국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 갈등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친미 대 반미의 대립 구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2021년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 아래 중동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외교·안보 지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UAE와 이란의 관계 뿐 아니라 수니파 맏형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2016년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던 두 나라는 2021년 네 차례 회담을 진행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왔다. 미국 없이 중동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 형성이 시작된 것이다.
외교 전문매체 모던 디플로머시는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호국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은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가 절실하다”며 “또 미국이 빠진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국가들은 종파를 막론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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