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귀한 고미술품? 내 이야기 담긴 것”···양의숙 한국고미술협회장
다양한 소장품 40여 점 선보이는 출간 기념전도 가나아트센터에 마련
고미술품은 현대미술품이 갖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감상의 대상이든 생활용품이든 고미술은 긴 시간을 살아남아 제작 당시의 시대상과 미적감각·기술 수준 등을 보여준다. 생활 속의 손때가 은은하게 새겨진 것도 고미술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여전히 고미술 애호가들이 많은 이유다.
양의숙 한국고미술협회장(76)도 대표적 고미술 애호가다. KBS 1TV 감정위원 출연으로 유명한 양 회장은 대학원에서 목공예를 전공할 정도로 일찍부터 고미술 민속품에 관심을 가졌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미술화랑 예나르 대표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도 출신인 그는 제주도의 민속문화와 고미술품이 지닌 독특한 미감과 가치를 널리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회장이 소장품 중 엄선한 30여점을 중심으로 고미술의 아름다움과 가치, 소장 과정과 소장품을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까치글방)를 펴냈다. 그는 “지난 세월은 아름다움이 왜 중요한지, 미술과 공예가 과학과 기술에 비해 초라해 보이면서도 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며 “책은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책 출간을 맞아 기념전도 마련됐다. 가나문화재단이 가나아트센터(서울 평창동) 1~2층 전시실에 ‘진품고미술 명품이야기’전을 차린 것이다. 조형미술계의 숨은 역군들의 활약상을 기록·정리하는 가나문화재단의 공익사업 ‘문화동네 숨은 고수들’ 4번째 기획이다.
전시회에는 책에 수록된 작품을 중심으로 친정 어머니의 사랑이 녹아들어 평생 애지중지하는 ‘반닫이’(제주 알반닫이)를 비롯해 목가구와 목기·금속공예 등 모두 4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염주를 둥근 모양 그대로 담을 수 있는 도넛 형태의 ‘염주함’은 희귀해 그가 유독 아낀다. 전시장에서 만난 양 회장은 “염주함은 옻칠 방식이나 경첩의 형태·기법 등이 고려시대 양식이지만 자물쇠 등은 조선시대 양식이어서 고려 말~조선 초의 작품으로 본다”며 “장인의 세심한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불경을 담은 경전함의 이름표인 ‘경패’도 소중한 고려시대 작품이다. 현재 송광사에 전해지는 경패들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담배합’도 주목할 만하다. 무쇠에 금·은·구리로 문양을 장식해 당당함이 느껴지는 평안도 박천 지방의 작품이다. 27년 전 한국 고미술품 수집가인 미국의 로버트 무어에게 구입한 것이다. 나전칠기와 함께 대표적 전통 공예의 하나로 딱딱한 소의 뿔을 얇게 가공해 화려한 채색을 하는 화각 공예의 결정체인 ‘화각함’도 있다.
이외에도 돋보이는 절제미와 균형미·비례미로 조선시대 선비의 기품이 느껴지는 ‘사방탁자’, 옻칠과 화려한 꽃무늬가 어우러지는 ‘채화칠기 삼층장’, 육지의 문자도와는 다른 양식인 ‘제주 문자도’ 병풍과 제주 민속품들, 각종 장신구류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가나문화재단 김형국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고미술 전문가의 아름다움을 찾는 긴 여정, 평생에 걸친 배움이 오롯이 담긴 전시회”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예전에는 값비싼 것이 좋고 소중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좋고 귀한 고미술품은 결국 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며 “조상이 쓰던 것에 내 손때가 묻으며 내 이야기를 담아내고 또 후손들에게 전해져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드는 게 고미술”이라고 말했다. 고미술계의 위작과 관련해 그는 “저도 가짜를 구매한 적이 있다”며 “컬렉터가 스스로 안목을 기르는 공부를 하고, 또 신뢰할 만한 거래상을 만나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시는 29일까지.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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