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더는 노란 염색하지 않는 이유
지난 12일 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더는 노란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사람들이 웹툰이 뭔지 몰랐던 미국 진출 초기 당시, 만나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던 그는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제 네이버웹툰과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아졌고, 다시 검은색 머리로 돌아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 7월 영어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현재 전 세계 월간 사용자가 8560만명(작년 2분기 기준)에 달한다. 특히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 월간 사용자 1250만명을 넘겼다. 작년엔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 어워드에서 네이버웹툰 작품 ‘로어 올림푸스’가 베스트 웹코믹 부문 수상을 하는 등 미 3대 만화상을 석권했다. 김 대표는 “10년의 투자 끝에 웹툰이라는 콘텐츠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주목하는 산업으로 성장시켰고, 네이버웹툰도 시장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됐다”며 “네이버웹툰을 다양한 IP(지적재산권)를 가진 아시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스케일의 포스트 디즈니로 키우겠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진출 초기 상황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400명의 미국 내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면 1명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며 “한 작가는 어렵게 잡은 미팅에서, 30분마다 ‘만나는 사람이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는 안부전화를 받더라. 그만큼 웹툰에 대한 저변이 없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은 한국 웹툰을 영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국 현지 작가를 섭외하고 아마추어 창작 공간인 캔버스(Canvas)를 만들며 급성장했다. 현재 캔버스 영어 서비스엔 12만명이 넘는 미 현지 창작자들이 자신의 웹툰을 등록했다. 김 대표는 “스타벅스 안에서 웹툰을 보고 있는 미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을 자주 본다”며 “미국에서도 웹툰이 대중적으로 가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그는 “초기엔 직원 한 명 뽑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스탠퍼드대, 칼텍 같은 유명 대학의 학생들이 웹툰을 좋아한다며 네이버웹툰에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웹툰 이용자가 늘면서 미국 작가들도 한국처럼 전업 작가로 나서는 경우가 늘어났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 이후 총 2700만달러(약 340억원)를 북미 웹툰 작가에게 지급했다. 작가에게 수익금을 분배하는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던 때와 비교하면 액수가 75% 늘어난 것. 김 대표는 “회계사나 의사 같은 미국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분들도 직업을 내려놓고 웹툰 작가를 한다”며 “초기부터 네이버웹툰에 참여한 한 작가는 최근 집을 샀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이를 두고, “창작자와 작가에게 (수익배분이)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이 산업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업체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지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지금껏 영상화된 네이버웹툰 원작 수는 70건 이상에 달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같은 네이버웹툰 원작은 넷플릭스에서 TV시리즈로 제작됐다.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도 DC, 넷플릭스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웹툰 ‘머니게임’이 미국 유튜브 웹예능으로 제작되고, DC유니버스의 캐릭터에 기반한 웹툰 3개도 제작됐다. 김 대표는 “비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자세히 말을 할 순 없지만, ‘쌀집에 쌀을 팔았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웹툰이 아닌 다른 다양한 콘텐츠 플레이어들”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콘텐츠 IP가 생성되고, 다양한 산업 플레이어가 IP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곳을 지향한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일본, 프랑스 같은 유럽에서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프론티어로서, 웹툰을 산업적으로 더 성장시키는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수년 내 미국 증시 상장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돼도 우리는 IPO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웹툰은 스낵컬처 측면이 있어 시대 변화에 강한 사업이다. 오히려 불경기에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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