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노동자…당신이 '노동개혁'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이강준 기자 2023. 1. 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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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노동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4(끝). 노사 상생의 새 길① 전문가 제언

[편집자주] 노동 시장의 양극화, 잦은 파업 등으로 노사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지 오래다. 주요 국가들과의 노동 시장 경쟁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더 이상 개혁을 늦춰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정부도 3대 개혁 과제 중 노동 분야를 첫 손에 꼽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새해를 맞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함께 성공적인 노동 개혁을 위한 과제와 방향을 모색한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2023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관광 비수기에 외국인 관광객 방한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개최된 쇼핑관광축제다. 2023.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동개혁은 노동조합에 속한 일부 조합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7일 머니투데이와 만난 노동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일부 노조에 치우쳤던 노동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선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인 내용인 노동개혁을 지나치게 정치적·편파적으로 국민이 받아들이는 상황을 우려했다. 노동개혁은 단순히 기업의 배를 불리고 노동자의 월급을 빼앗는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경제 전체에 활력을 되찾기 위한 대(大)의제라는 설명이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세종시 반곡동 산업안전보건본부에서 열린 2023년도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고금리, 경기침체 국면과 맞물려 자국중심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한 지금 노동개혁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개혁은 그동안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존재했던 불합리한 것들을 시정하고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 본부장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사관계 환경을 만드는 국가적 과제"라며 노동개혁이 곧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 개혁은 사실상 없었다고 보는 게 전문가 중론이었다. 근로시간, 최저임금 등 일부에만 매몰돼 노동 시장 구조를 바꾸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없었단 얘기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노동연구원장)는 "문재인 정부 시절엔 '개혁'이 없었다"며 "최저임금 1만원이라든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라든가 근로시간 단축 정도였는데 이는 모두 거대 노조 중심의 노동계 요구사항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적 의지로 선물 주듯이 요구사항을 받아줬지 구조를 개혁하는 조치는 아니었다"며 "예산 투입을 통한 정부의 의지 관철이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중견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경제주체…"한국·민주노총이 아닌 차별받는 노동자 고려해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2020년 4월부터 광고수수료를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에서 건당 부과방식인 정률제(매출의 5.8%)로 변경하면서 독점 횡포 논란에 휩싸이자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으나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노동개혁은 '이중구조' 타파에 방점을 둬야한다는 분석이다. 그간 대기업 노조 위주의 한국노총·민주노총 거대 노조 중심으로 논의가 흘러갔다면, 엄연히 경제 주체로 떠오른 비정규직·프리랜서·자영업자 등도 논의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활동 주체가 기업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소·중견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도 다 포함된다"며 "한국노총·민주노총이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에 있는 노동자, 실질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노동자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나홀로 자영업자부터 시작해 택배기사·배달원 같은 직군, 대기업에 하청을 받아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간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대기업 노동자의 연봉은 끝없이 오르고, 그 외 직군은 저임금·불안정한 상황에 시달렸다.

노동자 간의 빈부격차, 이중구조는 이렇게 고착화됐다. 그 결과 전체 일자리의 20%도 안되는 대기업 일자리에 구직자가 몰리고, 강소·중소·영세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왔다. 최 교수는 "대기업·공공부문이 청년의 미래라 생각하고 그 외 노동 시장은 너무 불안정하고 저임금이니 '저긴 내가 갈 자리가 아니다'라는 구직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개혁 방법론은 제각각이지만…시기는 "지금 당장"

다만 노동개혁의 방법론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제각기 달랐다. 황 본부장은 "영국이나 독일 등 성공한 노동개혁의 뒤에는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며 "지금은 국민의 공감대 아래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총력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교수는 "노사정이 모두 역할이 있다"면서도 "노사 모두 정부에 의존해왔고 정부도 노사를 너무 통제하려고 했다. 노사 자율이 기본이 되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좋은 일자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 사각지대 보호 강화 등 모든 조치에 사회적 공론화,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노사정이 도장을 찍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현 정부가 노동개혁의 '방향성'만 제대로 잡아줘도 향후 10년~15년간 다음 정부에서도 개혁을 이어나갈 수 있다"며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모두 한 정부가 아닌 길게는 20년 넘게 여러 정부가 함께 노동개혁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산업별 임금 체계 공개 등 노사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며 "기존 사회적 대타협 모델에서는 보지 못한 혁신적인 시도가 있어야 이번에야말로 노동개혁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 관해선 모두가 "지금 당장"이라고 답했다. 황 본부장은 "경제위기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1%에 머무르고 잠재성장률이 0%로 추락할 때도 멀지 않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산업 현장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MZ세대도 기존의 불합리한 노동관행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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