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천의 단면으로 일군 영혼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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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
두보(杜甫)는 고희(古稀)라 했으니 더 셀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논어에서는 종심(從心)이라 하여 뜻을 품은 바가 곧 도(道)의 근사치라 했다.
이때부터 예술가들은 회심(會心)의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얇은 천의 단면들이 켜켜이 쌓여 화면에서 음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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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미술평론가
일흔 살. 두보(杜甫)는 고희(古稀)라 했으니 더 셀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논어에서는 종심(從心)이라 하여 뜻을 품은 바가 곧 도(道)의 근사치라 했다. 이때부터 예술가들은 회심(會心)의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다. 회심의 역작들이 탄생하는 시대, 오로지 창작에만 정진하니 ‘노익장’이 그들을 일컫는 대명사다.
원로작가 김명숙은 회심의 시대를 수놓고 있다. 오랫동안 사역해온 캔버스 그림을 접고, 만년에 조형적 전환점에 서 있는 작가다. 종이와 천의 물성에 매료돼 몰입을 거듭, 특유의 세계를 열어가는 중이다.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담은 화면은 그 물성부터가 남다르다.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에서 오는 비장의 결정체.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얇은 천의 단면들이 켜켜이 쌓여 화면에서 음소가 된다. 단면들의 가지런한 무한 빗살은 혼을 싣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빛으로 가득한 영혼의 경작지를 하늘에서 본 것 아닐까. 이런 회심의 역작 앞에서 떠올리는 말. 노방생주(老蚌生珠). 오래된 조개라야 진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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