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제동 건 '스코틀랜드 성전환 개정안'이 뭐길래?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 법안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성 인식 법'이 영국의 평등 법안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영국 정부 측은 "법적 성별을 정정하는 절차를 밟는 성전환자들은 존중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있지만, 스코틀랜드 측은 "의회를 향한 전면 공격"이라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스코틀랜드의 '성 인식 법'은 쉽게 말해 '성전환 간소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분증의 성별을 고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증빙이 필요했다.

먼저 자신의 생물학적 정체성이 성정체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는 의료진 소견서와 호르몬 복용 기록 등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별로 살기 위해 했던 일들을 증명했어야 했는데, 이제 이러한 조건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코틀랜드는 성별을 바꿀 수 있는 최소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다만 성별 변경을 신청한 후 3개월의 숙고 기간을 가지도록 했다.

이같은 법안을 도입한 이유는 성전환자의 권리 보장에 있었다.

예를 들어, 성전환자들은 수술을 한 뒤에도 여러 증빙 서류를 내지 않으면 신분증에는 여전히 기존 성별이 남아 있어 사회생활을 하는데 적잖은 지장을 받았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이미 유럽 10개국이 성별 정정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은 "이제 수술이나 호르몬 없이도 성별 확인 인증서가 발급될 수 있어 여성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 안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이 열리게 됐다"며 "우리 생애에서 여성 권리에 대한 가장 큰 후퇴"라고 말했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16세는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스코틀랜드 측은 영국 정부의 이번 거부권이 성공한다면 향후 비슷한 일로 제동을 거는 일이 잦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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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철 기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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