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60만원 받는 로봇, 일자리 빼앗는다

2023. 1. 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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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60만원에 주말·야근도 할 수 있느냐며, 더는 사람 안 뽑는다 하더라고요."

월 60만원 로봇에 일자리를 뺏기는 시대.

불편하더라도 직원 채용보단 '월 60만원' 서빙 로봇을 택한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선호하면서 사람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일자리 없는 회복'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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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카메라·AI로 무장한 서빙로봇
렌털 활성화...동네분식점도 접수
‘알지티’ 판매량 전년동기비 6배 ↑
폭등하는 인건비에 선호도 높아져
“AI로봇, 일자리 3.3개 대체” 전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월급 60만원에 주말·야근도 할 수 있느냐며, 더는 사람 안 뽑는다 하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35)씨. 회사 그만두고 식당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단골식당에 평소 손이 부족하단 걸 알고 있던 터. 정작 주인에게 돌아온 말에 당황했다.

“사람 쓰는 게 지쳤다고 서빙로봇을 쓰겠다는데, 이젠 하다못해 로봇한테 밀렸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월 60만원 로봇에 일자리를 뺏기는 시대. 더는 미래상이 아니다. 이미 내 주변까지 엄습한 현실이다. 기술은 어느새 훌쩍 진화했고, 이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월 60만원에 24시간 근무, 이젠 도저히 사람이 경쟁할 수 없을 정도다.

[브이디컴퍼니 유튜브]

▶서빙로봇의 진화, 3D카메라·AI로 무장 =서빙로봇은 과거 특화 매장 위주로 전시용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젠 동네 김밥천국까지도 파고들었다. 서빙로봇이 크게 확산된 이유로는 우선 가격이 꼽힌다. 브이디컴퍼니, 알지티, 배달의민족, SK쉴더스, KT, LG 등 대·중소기업을 넘나들며 대거 서빙로봇시장에 뛰어들었다.

렌털시장도 활성화됐다. 검색만 해도 쉽게 서빙로봇 렌털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월 30만원에서 60만원 수준이다. 대부분 서비스엔 각종 수리비, 보험료 등이 포함돼 있다.

서빙로봇은 서비스 초기만 해도 불만이 상당했다. 좁은 통로의 매장에선 멈추기 일쑤, 크고 작은 사고도 발생하면서 업체에서도 서빙로봇을 꺼렸다.

요즘 서빙로봇은 다르다. 센서, 3D카메라, AI 등이 더해지면서 어지간한 자율주행은 무리 없이 수행한다. 공간인식, 회피기능 등이 크게 향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한 매장 고객 중에서 자율주행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바로 ‘속도’. 손님 몰린 시간엔 특히 회전율을 높여야 하는데, 서빙로봇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충전이 번거롭다는 점이나 손님이 불편해한다는 점도 거론된다.

▶“사람에 지쳤다”, 결국 이유는 인건비=여전한 단점에도, 분명 서빙로봇은 급증세다. 서빙로봇업체 알지티만 해도 작년 12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배나 급증했다.

주된 이유는 인건비 부담이다. 경기불황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상당수 매장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인건비 감축에 나서고 있다. 불편하더라도 직원 채용보단 ‘월 60만원’ 서빙 로봇을 택한다는 의미다.

창업 관련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서빙로봇 도입을 고민하는 글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폭등하는 인건비에 재료비 상승까지 감당할 수 없다” “갑자기 그만 두는 직원이 너무 많아 지쳤다” “이젠 4대 보험에 명절 상여금까지 챙겨야 하는 세상” “영업시간을 늘려보려니 야간·주말 수당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등을 언급했다.

배달의민족도 딜리S란 서빙로봇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장점으로 “무거운 식기를 동시에 서빙할 수 있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묻는다. “월 30만원의 서빙로봇과 월 180만원의 직원을 두고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델라 홈페이지]

▶서빙로봇은 시작일 뿐, 로봇의 일자리 위협=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커피로봇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월 150만원 정도면 렌털 가능하다. 150만원이면 직원 한 명 없이 무인매장으로 운영 가능하다.

그 외에도 집안일을 대신하는 집사로봇, 치킨을 튀기는 로봇, 곰탕이나 스테이크를 요리하는 로봇 등 공장이 아닌 일상생활에 파고든 로봇은 종류도 다양하다. 이미 개발·생산 단계가 아닌, 월 100만~200만원대로 상용화된 로봇들이다. 이 비용들은 대부분 1명의 인건비를 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로봇과 사람의 일자리 경쟁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요식업 외에도 서무 업무 등에도 이미 로봇과 AI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주요 금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도 이미 대거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다. 근무기록 관리, 회계보고서 결재, 우편물 관리, 세금계산서 출력, 카드 전표 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 한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로봇과 일자리’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 하나가 일자리 3.3개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리포트를 통해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선호하면서 사람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일자리 없는 회복’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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