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현장에서] 누군가의 기회, 누군가에겐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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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입대 연기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포털사이트가 인증하는 전문가를 알게 됐다." 최근 브로커를 통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실을 시도한 배구선수 조재성(27)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올린 내용이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구구절절한 사연에도 병역을 면탈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는 내용이었다.
병역 면탈을 목적으로 뇌전증에 걸린 것처럼 연기하도록 시켜 군 면제를 도운 브로커 구모 씨가 최근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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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입대 연기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포털사이트가 인증하는 전문가를 알게 됐다.” 최근 브로커를 통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실을 시도한 배구선수 조재성(27)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올린 내용이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구구절절한 사연에도 병역을 면탈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없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병역 면탈을 목적으로 뇌전증에 걸린 것처럼 연기하도록 시켜 군 면제를 도운 브로커 구모 씨가 최근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조재성뿐만 아니라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를 포함해 유명 스포츠선수 수십명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구씨가 고객들로부터 병역 면탈을 대가로 받은 대가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으로 이른바 ‘병역면제권’을 획득한 셈이다.
뇌전증과 거액의 보상. 누군가에겐 그저 군 복무를 피할 기회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이런 소식에 씁쓸함을 넘어 고통이었을 것이다. 바로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청년들이다.
우리나라에서 20대의 시간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2년 가까운 시간을 군대에서 혹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낸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수천만원의 대가로 병역 면탈을 시도한 정황은 청년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에 따르면 연령대별 평균 소득 중 20대는 월 229만원 소득을 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이 같은 소식에 “돈 없는 사람만 군대를 가는 건가”라는 씁쓸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고통받는 이들은 청년뿐만이 아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 역시 이번 사태로 고통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뇌전증협회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감과 편견으로 인해 증상을 숨긴 채 일상을 이어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확한 환자 집계나 연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막대한 지장을 받는 뇌전증 환자가 가진 질환을 그저 ‘병역 면탈권’의 기회로 악용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 수법은 교묘해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병역의 의무를 피하려는 수법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7종에 불과했던 병역 면탈 수법은 현재 확인된 것만 47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병역 면탈 정황을 포착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병역 면탈 수법에 앞서가야 한다. 2022년 현재 병무청에는 40명의 특별사법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39명이었던 10년 전 인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고도화되는 병역 면탈 수법을 포착할 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더는 병역 면탈 소식을 접하며 고통 받는 이들은 없어야 한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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