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경제성장률 3%…정부 목표치 5.5% 크게 못 미쳐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발생 충격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1976년(-1.6%) 이후 40여년 만에 최저치다.
문화대혁명 이후 두번째로 낮은 수치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2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21조207억위안(약 2경2270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3.0% 증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중국 안팎에서 예상한 2.7∼2.9%의 성장률 전망치를 약간 웃도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성장률 목표 5.5%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중국 정부는 1994년부터 매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해 왔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1998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며 하회폭도 가장 크다. 성장률 목표를 8.0%로 제시했던 1998년에는 성장률이 7.8%였고, 2014년에는 7.5% 안팎의 목표를 제시한 뒤 7.4% 성장률을 달성해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였던 1976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 이후 성장률이 가장 낮았던 2020년(2.2%)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됐던 시기였고, 당시 중국은 코로나19 발생의 충격 속에서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나라였다. 2021년 계속된 팬데믹 속에서도 8.4%의 성장률 반등을 이뤄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중국 경제에 가해진 타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봉쇄조치가 가장 큰 타격
기대에 못 미치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에는 그동안 중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민간 기업 규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 악화 등 대내외적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반복적인 봉쇄 조치였다. 지난해 세계 대부분 국가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선택한 가운데서도 중국은 강력한 봉쇄 조치를 기반으로 한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했었다.
중국의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에는 4.8%로 전 분기(4.0%)에 비해 깜짝 반등했지만 2분기에는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강력한 봉쇄 조치가 취해지면서 0.4%까지 낮아졌다. 이후 봉쇄 조치가 완화된 3분기에는 다시 3.9%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4분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봉쇄 여파로 성장률이 2.9%로 또 한번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전격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면서 감염자 급증으로 큰 혼란을 겪음에 따라 4분기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종 규제 완화로 경기부양 나설 듯…위드 코로나 상황 변수
중국은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3기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올해에는 경제 회복과 성장률 반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전망한다. 중국 각 지방정부들도 올해 성장률 목표를 5~6%대로 잡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3월 양회에서 5% 안팎의 올해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낮은 경제성장률이 기저 효과로 작용하고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생산과 소비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 성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위드 코로나 정책이 얼마나 빨리 안착하느냐와 글로벌 경제 상황 등이 경제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랴오췬(廖群) 인민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수석경제학자는 “결정적 요인은 방역 완화 이후 국민 생활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하는 것”이라며 “만약 반년 넘게 걸린다면 올해 경제 성장에 매우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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