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에너지 무기화' 참패…세계무대서 러시아 존재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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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의 금융전쟁에서 에너지를 무기로 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전략이 역효과를 내면서 러시아 경제가 위협받고 지정학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산 화석연료 가격 하락, 전략적 계산 착오가 러시아 석유·가스 산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강국 위상까지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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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서방과의 금융전쟁에서 에너지를 무기로 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전략이 역효과를 내면서 러시아 경제가 위협받고 지정학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산 화석연료 가격 하락, 전략적 계산 착오가 러시아 석유·가스 산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강국 위상까지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유럽을 얼어붙게 만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와 다른 국가로부터의 충분한 공급 등으로 이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 석유산업은 유럽연합(EU)의 금수조치와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제한 조치로 점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원유 상당량을 유럽 대신 중국과 인도로 판매하고 있지만 장거리 수송에 따른 운송비 상승으로 판매가를 낮추는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천연가스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던 가스를 다른 국가에 판매하기 위해 동쪽으로 거대한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서방의 기술과 노하우를 사용할 수 없어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석유·가스전의 생산이 줄면 생산 잠재력 약화도 피할 수 없다.
조지타운대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 세인 구스타프손 교수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의 에너지 수출 의존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에너지 수출이 줄면 러시아 경제의 투자 능력과 기반시설 현대화 능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에 본부를 둔 에너지·청정공기 연구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화석연료 수출 수익은 지난해 12월 17% 감소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분석가들과 전직 러시아 에너지 관리, 에너지기업 임원들은 러시아가 국제 석유·가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생산국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생산량을 전쟁 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SJ은 이 같은 시장 개편으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에서는 중국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오랜 두려움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인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자 전 에너지부 차관인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러시아는 여전히 에너지 강국이지만 그 역할을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석유·가스 시장 점유율이 줄고 이익도 감소해 지정학적 영향력도 어느 정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의 실패 영향은 가스산업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으로 2021년(5천150억㎥)보다 20% 적은 4천130억㎥를 기록했다.
원유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하루 생산량이 1천70만 배럴로 40만 배럴 줄었으나 2월 5일부터 정제유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정유사들의 원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러시아의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은 미국이 휘발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원치 않고 있어 국제제재로 급격히 몰락한 베네수엘라와 달리 상당 기간 생산과 수익이 꾸준히 악화하는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화석연료 수출이 앞으로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위상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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