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자 아버지…감독 박항서, 축구를 넘어 베트남 사회까지 바꾸다

안영준 기자 2023. 1. 17. 11: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6년 여정 마무리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냐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2차전 베트남과 이란의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9.1.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준우승을 끝으로 2017년부터 이어 온 베트남 사령탑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마지막 무대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토양은 물론 동남아시아 축구의 수준 전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와 함께한 시간동안 어떤 업적들을 이뤘는지 함축해 소개한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가운데)ⓒ AFP=뉴스1

△ 베트남 대표팀에 안긴 트로피와 영광

박항서 감독 휘하에서 베트남은 한 단계씩 성장, 동남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완전히 입지를 굳혔다. 이는 트로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은 부임 후 처음 나선 2018 AFF컵에서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 10년 만에 이 대회 트로피를 가져왔다. 동남아 내에서도 축구 수준이 높지 않던 베트남의 재도약을 알린 '역사의 시작'이었다.

U23 대표팀은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2019년과 2021년 연속 금메달을 따며 '동남아 최강' 지위를 누렸다.

또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과 자카르타 팔레방 아시안게임 4강을 이루는 등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에서도 경쟁력을 가져왔다.

박항서 감독과 함께 베트남은 동남아 최강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나아가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2017년 136위에서 시작했던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박항서와 함께하는 동안 96위까지 올라왔다.

동남아 최강 자리를 위협 받은 태국의 누안판 람삼 단장조차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축구 전체 판도를 바꿀 만큼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응우옌 콩 푸엉의 동점골이 터진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9.1.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선수들의 아버지가 된 '파파 리더십'

박항서 감독은 단순히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도자일뿐 아니라 선수들의 아버지였고 국민들의 영웅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2018 AFC U23 챔피언십과 2019 SEA게임을 준비하던 중 직접 치료실을 찾아 다친 선수들을 위로해주는 장면으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박 감독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제자들과 소통하고 다가가기 위해 이렇게 행동했는데, 한 팀의 감독이 직접 기계를 쥐고 선수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모습에 베트남 매체들은 찬사를 보냈다.

또한 2018 AFF컵 당시엔 다친 선수들을 위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 자신이 대신 이코노미석에 앉는 등 자신보다 선수들을 더 생각하는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선수들은 자연스레 박 감독을 믿고 따랐다. 박항서 감독과 함께 연령별 대표팀부터 성장한 골키퍼 당반람은 "이기지 못하면 감독님을 웃게 하지 못해 슬프고, 이기면 감독님이 기뻐하시니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10일 (현지시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60년 만의 우승을 한 뒤 선수들이 태극기와 베트남의 국기인 금성홍기를 함께 들고 기뻐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베트남 사회 전체에 희망을…그 중심엔 태극기가

축구뿐 아니라 베트남 사회 전체에 큰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연령별 대표팀과 베트남 A대표팀을 동시에 맡아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했고, 연령별 대표팀에서 성공한 선수들을 대거 A대표팀으로 발탁시켜 '젊고 미래가 기대되는' 팀으로 만들었다.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업적들을 일구고 나날이 성장하자 베트남 팬들은 축구에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도 축구는 베트남에서 인기 스포츠였지만 박 감독 부임 후엔 명실상부 '제1스포츠'가 됐다.

베트남 매체 '봉다TV' 비엔 티엣 기자는 "약했던 축구대표팀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눈에 보였다. 베트남 사회와 스포츠에서 이렇게 꾸준히 성장하는 집단은 많지 않다"며 '박항서호'의 거듭된 발전이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과 임팩트를 줬다고 짚었다.

덕분에 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기장과 베트남 주요 도시에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을 응원하는 수많은 인파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박 감독의 그림과 사진은 물론, 그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겨 넣은 팬까지 나왔다.

박 감독을 향한 존경은 '한류 열풍'으로도 이어져, 베트남 축구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태극기와 한글까지 자주 등장했다. 덕분에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우호적 이미지를 얻는 효과까지 따랐다.

10일 오후(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자이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레 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tr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