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日 ‘주 2일 근무제’ 등장…“더 적게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

황경주 2023. 1. 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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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아침에 무거운 몸 일으키면서 '겨우 화요일 밖에 안됐다니' 하신 분들 계신가요?

이틀뿐인 주말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늘 아쉽기만 한데요.

그런데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꿈 같은 '주 4일제', 과연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본에선 주 2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까지 나왔다고요?

[기자]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항공사죠.

ANA, 전일본공수 얘긴데요.

오는 4월부터 '주 2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상은 객실 승무원 8천 5백여 명인데요.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님을 돌보는 등 개인적인 사유뿐 아니라 부업을 하려는 목적으로도 주 2일 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운항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일단은 인원 제한을 뒀지만, 상황을 보면서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전일본공수의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최근 근무 일수를 줄여가는 일본 기업들이 흐름을 잘 보여주는데요.

파나소닉홀딩스와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대기업들까지 주 4일 근무제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더 적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게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면서요?

[기자]

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주요 국가들에서도 주 4일제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오래 일한다고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 기업 인사 책임자/주 4일제 도입 : "단순히 근무 일자를 주 5일에서 4일로 줄이려는 것이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자는 거죠. 우리가 어떻게 해야 가장 중요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구인난이 심각해졌죠.

재난 지원금이 많이 풀리면서 일을 관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직장 위치에 상관없이 인재 쏠림 현상도 심해졌기 때문인데요.

구직자 우위 시장에서 직원들을 붙잡으려는 고용주들은 주 4일 근무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에서는 임금 삭감 없이 주 32시간 근로를 도입하는 법안까지 주 의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앵커]

일하는 시간은 줄고 임금은 똑같이 받는다니, 직원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소식이긴 한데요.

기업들은 반기지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물론 우려의 시각은 있습니다.

주 32시간 근로 법안이 발의된 캘리포니아주의 고용주들은 이 법안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거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인건비는 늘어나게 돼 기업의 고용 능력이 떨어질 거라는 겁니다.

이렇게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한 국제 단체가 내놓은 주 4일제 실험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미국과 아일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33개 기업, 근로자 9백여 명을 상대로 6개월 동안 주 4일제를 시험 도입한 뒤, 근로자 만족도나 업무 능률, 기업의 수익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해 본 겁니다.

먼저 근로자의 경우 무려 97%는 '주 4일제' 유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국 근로자/주 4일 근무 : "주 4일 근무는 엄마인 제게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제 아들은 9개월이고, 제가 만약 일주일에 5일을 일한다면, 저는 지금처럼 높은 삶의 질을 가질 수 없을 거예요."]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훨씬 건강해지기도 했는데요.

운동은 일주일에 23분 더 했고, 피로도는 9%p 수면 장애는 8%p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기업들 입장에서도 결과가 예상보다 괜찮았다고요?

[기자]

네, 실험에 참여한 33개 기업 중 27개 기업이 실험 종료 설문에 답했는데, 이 중 25개 기업은 '주 4일제'를 계속하기로 결정했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들도 긍정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한 16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주 4일제'를 했을 때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기업 매출이 3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직원들이 결석하거나 병가를 내는 경우도 줄었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변화하는 근로 문화에도 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실험을 마친 근로자들 중 13%는 임금이 절반 이상 올라야 주 5일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13%는 아무리 임금이 올라도 주 4일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시대 흐름에 맞서기보다 노동력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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