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규 인터뷰]"수의사들이 라오스까지 가서 할 일은…이것"
라오스로 첫 해외 봉사활동…원헬스 필요성 강조
[편집자주]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가족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또한 동물복지와 원헬스 관련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종합뉴스통신 <뉴스1>(대표 이백규)이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와 함께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스1) 최서윤 박혜성 기자 대담=이백규 대표 최은지 인턴기자 =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가진 이백규 뉴스1 대표이사와의 대담에서 라오스를 가려는 이유에 대해 개의 중성화 수술과 광견병 예방접종 봉사를 위해서라고 했다.
수의계에서는 개의 중성화 수술을 얘기할 때 'XX을 뗀다'고 한다. 어학사전에 등재된 단어지만 막상 자연스럽게 쓰기는 쉽지 않은 단어다.
동물 전문 기자가 "K-수의료는 외국 가서 XX 떼는 것이냐"고 묻자, 평소 점잖은 두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대담 중 웃음보를 터뜨렸다.
듣기 다소 민망할 수 있지만 중요한 말이었다. 생명 존중 인식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개체수 조절이 어렵다는 이유로 안락사나 살처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의사들은 중성화 수술 봉사를 많이 한다.
◇라오스에서 인수공통전염병 막고 생명 살리는 봉사
국경없는 수의사회 사업 중 하나가 개발도상국의 인수공통전염병(인수공통감염병) 감소 및 실태 조사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프랑스에서 시작돼 개발도상국을 돕고 있다면,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한국에서 시작돼 해외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가 있다.
지난해 6월 르완다 지부장을 임명한데 이어 다음달에는 40여명의 회원들과 라오스를 방문해 현지 수의대와 교류도 하고 수의료 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각자 항공료와 여행경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봉사하러 가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국경없는 수의사회에서는 이번 해외 봉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반려동물 수의사뿐 아니라 소를 진료할 수 있는 농장동물(산업동물) 수의사와 물림 사고에 대비해 의사도 동행한다. 이즈칸, ANF, 웰츠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우리와 주식회사에서 반려동물 사료 등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창립 후 해외 봉사를 하지 못했다"며 "첫 국외봉사지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는 인수공통전염병인 광견병 예방접종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5만여명이 광견병(공수병)에 걸려 사망한다"며 "더욱이 라오스는 불교국가라 동물의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인식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관리가 되지 않고 광견병에 걸린 개들이 사람을 물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라오스는 예방접종비가 비싸기 때문에 우리가 대신 개들에게 접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과거 우골탑을 얘기했던 것처럼 라오스도 소 한 마리가 굉장히 큰 재산"이라며 "그런데 수의사들이 부족하다보니 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다. 이번 봉사 때 소 전문 수의사가 진료도 하고 한국의 선진 수의료 기술도 전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당개는 농식품부, 들개는 환경부? 동물청 필요"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하나의 건강' '하나의 세계'를 내세운다. 원헬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따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환경 생태계가 건강해야 그 생태계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동물이 건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당개 캠페인을 진행한 김 대표는 정부와 국회에 개체 관리를 위한 정책으로 '단일화된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개들이 마당에 묶여 생활할 때는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라며 "하지만 주인이 없이 떠돌아다닐 때는 야생동물로 취급돼 환경부 소관이 된다. 개체는 같은데 관리 주체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질병관리청이 있는 것처럼 동물도 동물관리청 같은 별도 기관을 둬서 분산돼 있는 동물들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모아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광견병, 메르스와 같은 질병들은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며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생명 존중과 원헬스를 거듭 강조했다.
"동물은 스스로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도 치료하고 다른 동물도 치료할 수 있는 고귀한 힘이 있어요. 이런 힘을 갖고 동물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생명입니다. 또한 동물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이 위안을 많이 받습니다.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앞으로도 인간과 동물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생명 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뉴스1에서도 지금처럼 앞장서서 생명권에 관심을 갖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좋은 기사를 계속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3년 계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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