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최초' 김영미 대장 무지원 단독 남극점 완주 성공

서현우 2023. 1. 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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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무게만 113kg…남극대륙 1,185km 홀로 51일간 쉬지 않고 걸어
썰매 '백두대간'을 끌고 남극으로 향하는 김영미. 백두대간이란 글씨는 최근 지병에서 회복한 김 대장 아버지의 서체다. 김영미 대장은

김영미(43) 대장이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113kg 무게의 썰매를 홀로 끌고 17일(한국 시각) 남위 90도 남극점에 도달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9시 20분(칠레 현지시각) 허큘리스 인렛을 출발한지 총 50일 11시간 37분만인 2023년 1월 16일 오후 8시 57분에 완주했다. 허큘리스 인렛부터 남극점까지 직선거리는 1,130km이지만, 장애물을 피하거나 돌아가는 부분도 있어 실제로는 약 1,185km를 걸었다. 평균 영하 30도를 밑도는 남극의 살인적 추위를 뚫고 얼어붙은 길 아닌 길을 하루 11시간씩 걸었다.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식량 등 중간보급과 운송수단의 보조 없이 혼자 일궈낸 위업이다. 무지원 단독 남극점 완주는 김영미가 한국인 최초다. 무지원unsupported이란 각종 재보급resupplies 및 위급상황의 지원이 없는 원정으로 무보급no resupply보다 더 큰 개념을 말한다. 또 무보조unassisted란 풍력 보조(연 사용), 개 보조(개 썰매), 차량 보조 등이 없이 인간의 힘으로만 동력을 얻는 원정을 뜻한다. 이때 스키, 썰매, 무전기, 나침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은 보조 여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남극 원정 출발 시점의 김영미. 썰매의 무게가 113kg에 달했다.

목숨을 건 도전이었다. 극점 자기장의 영향으로 나침반이 이상 작동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걷기도 했다. 10° 정도의 나침반 오류는 GPS와 비교해 수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3㎞ 단위로 GPS를 확인해야 했다.

경비행기로 지난해 11월 27일 원정 출발지점인 허큘리스 인렛에 도착한 김영미.

이마저 미심쩍을 때는 자연에 기댔다. 태양과 그림자의 위치, 그리고 풍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극에서는 바람이 내내 정해진 방향에서 불기 때문에 풍향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태양광 충전 배터리 2개 중 1개가 혹한을 견디지 못한 채 멈추기도 했다.

화이트아웃도 훼방꾼이었다. 난반사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돼 가시거리가 무척 짧아졌고 사방이 분간되지 않았다. 무풍 상태에서 36시간씩 눈이 내리기도 했다. 잠깐 휴식을 취하다 일어서면 동서남북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초속 20m 바람과 백야 극복

썰매 무게는 113㎏에 달했다. 50일치 식량 총 50kg, 연료 11kg을 썰매에 실었다. 촬영 장비를 포함한 전자장비 10kg뿐만 아니라, 수면을 위한 텐트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짊어졌다. 무거운 썰매가 뒤에서 당기니 목 근육과 인대에 통증이 지속되었다.

84° 선에 도착한 김영미 대장. 그는

종일 해가 떠있는 백야로,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하루 종일 밝은 태양은 바이오리듬을 무너뜨렸다. 알람 설정을 실수로 잘못해 3시간이나 일찍 일어나기도 했다. 뒤늦게 깨닫고 2시간 더 자려고 눈을 붙였지만 선잠, 쪽잠에 그칠 뿐이었다.

바람도 무서웠다. 눈보라를 동반한 초속 20m의 블리자드에 맞서 체온 조절과 동상 방지를 위해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했다. 남극점은 해발고도가 2,840m로, 끊임없는 오르막길에 공기 중 산소 농도도 평지보다 부족해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배고픔, 추위, 피로, 체중 감소 등 혹독한 고통을 겪었고 김영미는 이 모든 체력적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 나갔다.

김영미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바람소리 환청이 들릴 것 같다. 사스투르기(요철지대) 사이사이에 고이 모셔다 둔 눈 웅덩이에서 썰매를 건져낼 때마다 몸에서 에너지가 한 주먹씩 바람 속으로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하루 일과에도 천국의 공간이 있었다. 텐트 안에 들어와 바람을 피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남쪽 끝을 향해 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원정에서 고독을 이기기 위해 보이스레코더에 5월의 설악 새소리와 계곡 소리, 음악과 지인들의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가기도 했다.

이번 원정은 홈페이지 Whiteout.kr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실시간 김영미의 GPS 기록이 남극점에 닿아 있다.

이번 원정은 휴먼 다큐멘터리 '화이트아웃'(제작 에이스토리)으로 돌아 볼 수 있다. 국내에는 '화이트아웃', 글로벌은 'WHITEOUT: Kim Young-mi's Solo Expedition to the South Pole'이라는 타이틀로 상반기 OTT 플랫폼을 통해 50분물 2부작으로 방송된다.

김영미는 7대륙 최고봉을 한국 최연소로 완등했으며 에베레스트 신 루트 개척 등반, 국내 여성 최초 히말라야 알파인스타일 등반(암푸1 초등), 바이칼호 724km 종단 등 굵직한 등반과 모험 업적을 남긴 바 있는 모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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