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일본의 ‘1988 그룹’, 여전한 한국의 ‘1988 그룹’

안승호 기자 2023. 1. 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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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자축하는 사카모토 하야토와 다나카 마사히로(왼쪽 사진 오른쪽), SK 시절의 김광현(오른쪽 사진 오른쪽)과 양현종. 게티이미지코리아 경향신문 DB



짧게는 약 1년 6개월 만의 만남이다. 길게 보자면 14년만의 재대결이다.

한국과 일본 야구대표팀은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2021년 8월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이후 베스트 멤버로 다시 맞붙는다. 그러나 해외파 메이저리거들까지 가세하는 최정예 멤버간의 승부로는 2009년 WBC 이후 무려 14년만의 재회다.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는 연이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1라운드에서는 일본과 만나지 않았다.

이번 WBC는 야구 한일전의 다음 10년을 예고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대표팀 모두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의 메시지를 던지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본 대표팀이 조금 더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이번 일본 대표팀에서는 일본 야구를 상징하던 이른바 ‘1988 그룹’이 대거 빠졌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만 하더라도 금메달의 주역이던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오노 유다이(주니치) 등 투수와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 외야수 야나기다 유키(소프트뱅크) 등 야수들이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반면 한국 대표팀에서는 ‘1988 그룹’의 존재감이 여전하다. 투수진에서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이 주축을 나선 가운데 타선에서는 또 다른 1988년생 김현수(LG)가 주장을 맡아 대회에 나서고 있다. 김현수는 1988년 1월생으로 프로 입단으로는 이번 대회 대표팀 주전포수 양의지(두산)와 동기다.

양국 대표팀에서 ‘1988년생’의 운명이 엇갈린 것은 우선은 각각의 리그에서 나타난 이들의 경쟁력 차이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에서 6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는 등 메이저리그 78승 이력의 다나카는 일본 복귀 첫해인 2021년 4승(9패)에 그친 뒤 지난해에도 9승12패 평균자책 3.31로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9억엔(약 86억원)이던 연봉이 올해는 4억7500만엔으로 절반 가까이 깎였다. 또 좌완 기교파 투수인 오노는 지난해 8승8패 평균자책 2.46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보였지만, 세대교체 흐름에 밀려났다.

또 일본 대표팀 붙박이 유격수이던 사카모토는 경기장 밖 ‘스캔들’에 이은 부상 관리 문제로 제외됐고, ‘미스터 풀스윙’이라는 애칭으로 소프트뱅크 전성기를 이끈 야나기다는 지난해 OPS 0.829로 그런대로 성적은 냈지만, OPS 0.900은 가볍게 돌파해 1.000을 넘나들던 위용을 잃고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한국의 ‘1988년생’은 여전히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서 있다. 김광현은 지난해 13승3패 평균자책 2.13으로 SSG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고, 12승7패 평균자책 3.85로 KIA 선발진을 이끌었다. 김현수 또한 LG의 중심타자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한국의 ‘1988 그룹’ 또한 모두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선수들로 더욱 롱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위에는 최고참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일본은 1986년생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가 합류해 있고, 한국은 역시 1986년생인 박병호(KT)와 이지영(키움) 가세해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양팀의 승부처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 야구 매체인 ‘풀카운트’는 17일 “일본 대표팀에서 다르빗슈 다음 연장자는 1993년생 포수 카이 다쿠야(소프트뱅크)와 내야수 겐다 소스케(세이부)”라면서 “풍부한 이력과 경험이 있는 선수가 적다. 젊은 세대가 어떤 전투력을 보일지 주목된다”고 평했다.

또 지난해까지 5년간 소프트뱅크 코칭스태프로 일본 야구를 근거리에서 본 김성근 전 감독은 “일본에서는 150㎞ 넘는 공이 무기가 된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굉장히 많다”며 일본 리그에서 자라난 ‘투수층’ 변화를 시사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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