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은 거들 뿐[메디칼럼](23)

2023. 1.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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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과 외모 지상주의를 다룬 드라마 / JTBC



의학에는 많은 분과가 있다. 모든 과가 생명을 직접 다루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생명과 좀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분과가 있는 반면 안과, 비뇨기과, 성형외과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분과도 있다. 성형외과는 크게 재건과 미용으로 나눠진다. 재건 성형은 결손된 조직을 복원하는 분야로,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가슴 수술을 예로 들 수 있다. 미용 성형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좀더 예뻐지기 위한, 혹은 노화로 인해 살이 처지거나 불편해진 부분을 젊게 되돌리기 위한 이유 등으로 행해지는 수술이다. 오늘은 미용 성형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

인간이 갖고 있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욕망이라고 단순히 표현하기보다는 인간이 진화하며 가지게 된 유전자가 발현한 일종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성형외과는 미용 성형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오랜 욕구를 충족시키는 분야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편의상 증상이라 표현)이 당장 시급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의사가 볼 때 불필요한 수술도 많아

환자의 필요에 귀 기울여야 하지만 문제는 불필요한 수술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의사의 사명감과도 충돌한다. 환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여러 케이스가 나타난다. 첫째, 환자가 특정 수술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큰 효과가 없을 때가 있다. 큰 효과가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환자는 그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미묘한 개선을 위해 수술을 원한다. 둘째, 환자가 수술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고려해본 적도 없지만 얼굴의 조화를 위해 의사가 권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수술이 개선 효과도 뛰어나고 환자의 얼굴에 적절하게 적용돼 환자와 의사 모두 흔쾌히 합의하는 경우다. 방금 언급한 세 가지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몇 번째일까? 바로 첫 번째 케이스다. 일부 환자는 종종 인터넷 광고나 수술 후기, 인스타그램 등에서 접한 과장되고 왜곡된 이미지를 본인에게 투영한다.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라는 점을 의사가 명확히 진단해 주지 않으면 환자는 쉽게 수술을 결심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환자의 필요와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충돌하게 된다. 이를 이용해 사명감을 버리고 단지 돈벌이에 급급한 수술을 하는 의사들도 있다.

병원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보면 환자는 원하는 수술을 이미 상담실장과 결정해놓고 진료실에 들어온다. 막상 의사가 볼 때는 불필요한 수술이라면 매우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대형 병원이든 작은 병원이든 상담실장이 대부분 먼저 어느 정도 필요한 수술을 정한다. 이런 경우 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병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경험이 부족한 의사라면 트렌드 혹은 환자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상담실장보다 모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의사가 정말 불필요한 수술이라고 판단한다면 최종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병원은 많은 의사와 다양한 분야가 있다. 서로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단점도 있다. 경험이 적은 의사가 누군지 알 수가 없고, 의사의 진단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수술의 필요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병원은 의사의 소신대로 진료할 확률이 높다. 병원 시스템이 전문화돼 있지 않거나 트렌드에 둔감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이는 매우 단순화한 경향일 뿐이고, 분명히 예외도 존재한다. 결국 환자들은 발품을 팔아가면서 병원의 특성, 분위기 등을 직접 알아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제한적으로 노출된 정보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한정적인 정보와 소위 말하는 자신의 ‘감’에 의해 수술할 병원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환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성형이 마음의 병까지 고칠 수는 없어

의사가 된 이후로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아직도 환자 입장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으리라고 짐작한다.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섭섭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고 누차 말씀드려도 생각처럼 빠지지 않는 부기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분도 있다.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도 환자가 감정적으로 너무 불안해할 때는 일부러 단호한 어조로 설명해 누그러뜨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감정이 상하더라도 의사는 그들을 강하게 붙잡아 확신과 믿음을 주어야 한다. 환자와 소통할 때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의사의 소견을 전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아주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수술 후 3일도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전화한 환자가 있었다. 그분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전화기 너머로 가족의 격한 말들이 휘몰아쳤다. 예약도 없이 지방에서 매일 올라오질 않나, 귀가 후엔 거의 매일 전화기를 30분 이상 붙들고 있던 분이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일주일 후에 실을 뽑으러 와서는 환하게 웃었다. 그분에게 시달리느라 너무도 큰 고통을 받았지만, 같이 웃어드렸다. 환자는 의사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공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지만, 환자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성형수술을 하러 오는 분 중에는 더러 마음의 병도 같이 가지고 있다. 성형수술을 통해 그러한 마음의 병을 고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성형수술이 모든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 점은 꼭 명심해야 한다.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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