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조원 MS-블리자드 M&A ‘빨간불’…EU도 제동 걸 듯

EU경쟁총국 조만간 M&A 불허 결론 전망
MS, 강력한 경쟁제한 해소책 제시 못한 듯
소송 나서겠지만…수년간 지연에 불확실성↑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687억달러(약 85조원)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기업결합(M&A)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MS는 소송에 나서고 있지만, 수년간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커 딜을 접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EU집행위원회의 경쟁총국(DG Competition)이 몇주 안에 독과점을 이유로 두 기업간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쟁총국이 제시한 이번 딜 승인 마감시한은 오는 4월11일이지만, 그 전에 딜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경쟁총국은 성명을 통해 MS의 블리자드 인수와 관련해 게임 콘솔 및 PC 비디오게임, PC운영체제 유통에 대한 경쟁이 줄어들 우려가 커 심층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블리자드의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와 같은 매우 유명한 게임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경쟁사에 제공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EU경쟁총국은 아울러 멀티게임 구독서비스 또는 클라우드 게임서비스와 관련해서도 MS가 경쟁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 EU경쟁총국은 PC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의 경쟁제한 우려도 크다고 봤다. MS가 윈도우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을 통해 블리자드와 MS의 게임을 공급할 경우, 소비자들이 윈도우 외 다른 OS를 구입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봤다.

이후 MS는 닌텐도와 ‘콜 오브 듀티’를 10년간 제공하는 계약 등을 맺으면서 경쟁총국을 달래려고 했지만, 충분한 경쟁제한 구제책이 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EU는 MS 측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큰 사업부 매각 등 구체적인 구제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딜을 승인시킬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8일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영국 규제당국인 경쟁시장청(CMA)도 MS가 경쟁자들보다 ‘독보적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며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영국, EU 등 주요국의 경쟁당국이 모두 제동을 걸면서 지난해 1월 이뤄진 이번 딜이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송이 끝나려면 수년이 걸리고, 시장 상황도 급변한 터라 소송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MS 측은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며, 블리자드 인수는 그 목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