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사라진다” 미국 경악시킨 유령의 포크볼… 日 투수 베일 벗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샌디에이고로 이적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닉 마르티네스(33‧샌디에이고)는 일본프로야구 경력이 제법 되는 선수다. 4년은 일본야구와 일본선수들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텍사스에서 성공하지 못한 마르티네스는 2018년 니혼햄의 제안을 받아 일본으로 갔고, 3년간 뛰다 2021년에는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했다. 2021년에는 2020 도쿄올림픽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해 중요한 경기를 맡는 에이스 몫을 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이 한창이라 참가하지 못했지만, 일본은 리그를 중단했기에 마르티네스는 올림픽에서 뛰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미국은 결국 개최국이자 객관적인 전력에서 최강팀인 일본을 넘지 못했다. B조 1위로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에 직행한 미국은 일본에 6-7로 졌고, 금메달 결정전에서도 일본에 0-2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런 미국을 집요하게 괴롭힌 선수가 바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 미국 타선을 막아낸 센가 코다이(30‧뉴욕 메츠)였다.
센가는 2라운드 미국전에서 중간에 나가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는 역투를 펼치며 미국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당시를 떠올리는 마르티네스는 16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센가의 포크볼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포크볼은 치지 말라’라고 조언을 했다”면서 “그런데 다들 포크볼에 방망이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 ‘뭘 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알고는 있는데 공이 오다가 사라진다’라고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 대표팀에서 생생하게 전달된 이 포크볼의 위력은 추후 일본에서처럼 ‘유령 포크볼’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언론에 소개된다. 포크볼은 센가의 최고 무기 중 하나. 평균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센가는 이 포크볼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한다. 130㎞대 중반에 형성되는 포크볼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큰 낙차로 떨어진다. 이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제구할 수 있다는 건 센가의 가장 큰 생존 비법이다.
이 ‘유령 포크볼’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가 흥미롭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관심이다. 센가는 올 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와 5년 최대 7500만 달러(약 931억 원)에 계약했다. 중간에는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도 넣었다. 충분히 좋은 대우를 받고 태평양을 건너는 셈이다. 메츠 뿐만 아니라 여러 팀들이 그의 영입전에 참전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올림픽 당시 미국 선수들은 센가의 포크볼을 다 처음 봤다. 적응이 쉽지 않다. 다만 계속 상대하면서 타자들은 눈에 이 정보를 넣는다. 한편으로는 메이저리그 적응이 급선무라는 조언도 있다. 문화, 날씨, 심지어 홈구장까지 다른 게 태산이다. 뉴욕은 일본보다는 추운 편이고, 센가의 전 소속팀인 소프트뱅크는 돔구장을 썼다. 반대로 시티필드는 개방형 구장이다.
뉴욕 양키스 시절 다나카 마사히로, 시카고 컵스 시절 스즈키 세이야와 함께 한 적이 있어 일본 선수들을 잘 아는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특히나 시즌을 시작할 때 일본 날씨가 북부의 메이저리그 팀들 날씨보다는 더 따뜻하다. 그리고 많은 일본 팀들은 돔구장에서 경기를 한다. 처음부터 이 추위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험을 털어놨다. 실제 스즈키는 지난해 4월 시카고의 혹독한 추위에 혀를 내두르며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날씨를 뽑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메이저리그는 일본처럼 6인이 아닌 5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간다. 또한 그라운드에서는 더 단단한 마운드와 더 큰 야구공에 적응해야 한다’고 과제를 짚었다.
다만 로버트슨은 “한두 경기 선발로 나서면 이 무대를 통과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마르티네스는 센가가 클럽하우스에서 ‘리더’ 자질을 보여주는 선수라고 했고, 역시 소프트뱅크에서 같이 오래 뛴 릭 밴델헐크는 센가가 유머 감각이 있고 사교성이 있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 유령 포크볼이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베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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