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노예” 벽장에 가뒀다... 20년간 성범죄 49건 저지른 英경찰

데이비드 캐릭(48)/AP연합뉴스

영국의 한 경찰관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약 20년 동안 49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6일(현지시각)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소속 데이비드 캐릭(48)은 49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캐릭은 2003년부터 2020년 사이 데이트 웹사이트 등을 통해 만난 여성 12명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시인한 혐의는 강간 24건, 강간 미수 2건, 성추행 1건, 불법 감금 3건 등이다.

캐릭은 피해여성들에게 경찰 신분증, 경찰 제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 등을 보내 신뢰를 쌓은 뒤, 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들이 자신을 떠나거나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살해할 수 있다” “현역 경찰에 대한 주장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차에 마약을 심어두겠다”라며 그들을 협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피해자들의 옷차림과 그들이 먹는 음식, 잠자는 곳, 경제적 상황 등을 통제하고 자녀와 대화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집 계단 아래에 있는 작은 벽장에 피해자들을 알몸으로 가둬놨으며, 여성들에게 소변을 누고, ‘노예’라고 부르며 폭언을 일삼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자스완트 나르왈 검사장은 “캐릭은 대중을 보호할 책임이 있었지만 17년 동안 정반대의 행동을 해왔다”며 “그는 여성을 모욕하고, 성폭행해왔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캐릭은 자신이 잡히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대담해지면서 범행 수준도 더 심각해졌다”고 했다.

군복무 경력이 있는 캐릭은 2001년 임관했다. 그는 2009년 거리 순경에서 의회·정부청사·외교보호사령부 등을 담당하는 무장 경찰로 승진했다. 캐릭은 2021년 10월 체포되면서 직무정지 처분됐다.

경찰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2000년부터 캐릭과 관련한 9건의 신고를 받았으나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바바라 그레이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부국장은 “우리는 그의 폭력적 행동 패턴을 미리 발견했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를 조직에서 제거할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이어 “캐릭이 경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연장시켰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장 마크 로울리도 “20년 동안 이어져온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며 “수사관으로서 실패했다. 리더로서 이런 여성혐오 범죄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더 강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캐릭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실망했을 모든 여성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캐릭은 내달 초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