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된 여행, '관찰자' 된 화가 [e갤러리]

오현주 2023. 1.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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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다.

진동하던 꽃향기도 사라졌고, 노랗고 파랗고 붉던 색밭도 자취를 감췄다.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덩어리'로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지 않았던가.

원색이지만 정돈된, 강렬하지만 숨죽인 '못 보던' 장면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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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아트스페이스서 '바람의 기억' 전 연 김덕기
울긋불긋 원색의 이상향 그려내던 화풍
팬데믹 거치며 '정돈된 색밭' 변화 겪어
아이패드 드로잉, 캔버스에 적용하기도
김덕기 ‘바람의 기억: 루체른 호수의 여름’(2022), 캔버스에 오일파스텔·아크릴, 30×30㎝(사진=소울아트스페이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변했다. 진동하던 꽃향기도 사라졌고, 노랗고 파랗고 붉던 색밭도 자취를 감췄다.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덩어리’로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지 않았던가. 그랬던 화면이 마치 채로 걸러낸 듯하니 말이다. 원색이지만 정돈된, 강렬하지만 숨죽인 ‘못 보던’ 장면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작가 김덕기(54)의 캔버스 얘기다. 특히나 ‘바람의 기억: 루체른 호수의 여름’(2022)에 와선 예전 ‘색잔치’가 그리울 정도니. 최근 시작했다는 아이패드 드로잉을 접목한 작품에는 ‘김덕기 흔적’만 남겨뒀을 뿐이다. 촘촘하게 눌러 박은 점과 점 대신 스케치 같은 라인드로잉이 생기고, 찍은 게 아닌 그어낸 굵은 붓선도 보인다.

계기가 있단다. 지난 3년간 ‘회상이 된 여행’의 의미에 골몰하게 됐다는데. 달라진 것 없는 여행이지만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 입장이 된 듯한 거다. 원근법 따윈 아랑곳 않던 묘사에도 변화가 생긴 것 역시 그 때문일 거다. 먼 풍경은 먼 대로 가까운 풍경은 가까운 대로. 하지만 화두는 여전히 가족이고 행복이 아닌가. 여전히 즐겁고 푸근할 수밖에.

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바람의 기억’(Memories of the Wind)에서 볼 수 있다. 물 위의 돛단배를 주제·소재로 한 여행시리즈 30여점을 걸었다.

김덕기 ‘루체른-에메랄드 호수와 노란 언덕이 보이는 풍경’(2022), 캔버스에 아크릴, 80.3×116.8㎝(사진=소울아트스페이스)
김덕기 ‘스위트홈’(2022), 종이에 아이패드 드로잉 프린트, 72.7×52㎝(사진=소울아트스페이스)
김덕기 ‘시옹성이 보이는 풍경’(2022), 캔버스에 아크릴, 72.7×116.8㎝(사진=소울아트스페이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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