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돌아와 상승세를 타는데도 웃지 못하는 한국 증시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1. 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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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코스피는 2,399.86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코스피가 16일 장중 2400선을 돌파했다. 9거래일 연속 상승세도 이어갔다. 국내 증시가 모처럼 활기를 보이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선 이유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있다. 달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달러 강세가 주춤한 원인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6.5% 올라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목을 매고 있는 미국 통화당국으로서는 한 숨 돌릴 수 있는 물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0.25%포인트 그치는 ‘베이비스텝’을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한 번에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던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일은 없다고 확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 극심한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 물가가 시장 예상치에 따라 움직인다면 올 연말에는 미국이 긴축 정책을 멈추고 금리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가면 한국 경제도 우려했던 것보다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목표로 정한 물가 상승률은 2%다. 지난해 12월에 기록한 6%대 중반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 연준도 물가상승률을 2%대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금리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난 4일 공개된 FOMC 의사록에서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기 때문에 FOMC 의사록에 금리인하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참석자 전원이 올해 금리인하는 부적절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장의 잘못된 인식으로 주가가 오르고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등 금융 환경이 통화 긴축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고물가와 싸우는 연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잡기에 매달리는 것은 노동시장 과열에 있다. 미국 실업률은 3%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임금상승률이 주춤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물가를 자극하는 복병이 될 수 있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이 예상하고 있는 대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임금상승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금리 인상 압박도 완화되고 미국의 통화 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전환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증시가 오르는 것은 이런 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면 국내 증시에는 분명 호재다. 미국 노동시장이 과열되지만 않는다면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을 것이다. 달러 값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매수가 살아나고 이것이 코스피 지수를 밀어 올리는 힘으로 작용할 게 확실하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계속 활황세를 타기는 힘들다. 미국과 달리 한국 경제는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며 반짝 상승했던 내수 소비는 줄고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철강의 세계적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도 부진하다. 이런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상승하는 주가는 모래성일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와 상승하고 있는데도 한국 증시가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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