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1호 상장' 블루포인트 이용관 대표 "유망 스타트업 간접 투자 지렛대"
2월 코스닥 상장 도전, 예상 시가총액 최대 1257억원
8년간 기술 스타트업 276개사에 투자, 5년 이상 생존율 95%
“일반 투자자들도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습니다.”
오는 2월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의 이용관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엑셀러레이터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엑셀러레이터의 IPO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벤처캐피탈은 출자자(LP)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운용업인 반면 엑셀러레이터는 자기자본을 갖고 직접 투자하는 방식에 가깝다”며 “상장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는 한편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 분야 전문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는 2014년 이 대표가 설립한 엑셀러레이터다. 엑셀러레이터는 유망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멘토링, 교육, 투자자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에 투자를 통해 확보한 일부 지분을 매각해 투자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산업의 변화 속도가 과거에 비해 더욱 빨라지고 있어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산업기술과 데이터·인공지능, 헬스케어 등 기술 전문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한 뒤 시리즈B 투자 단계에 이르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 규모는 1147억원으로 자기자본(고유계정)이 315억원, 펀드가 832억원이다. 자기자본 투자를 통한 영업수익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17억원, 투자조합수익은 26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00년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인 플라즈마트를 설립해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 MKS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후배 창업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블루포인트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회사를 매각한 이후 많은 창업자와 상담하면서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사업화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전에 스타트업을 경험하거나 창업을 했던 분들을 심사역으로 영입해 이런 문제를 잘 이해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가 설립 이래 8년간 투자한 스타트업 수는 276개 사다. 지난해 1년 동안 3059개 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 문의를 받아 최종적으로 63곳에 투자했다.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기업이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94.7%로 평균(약 29%)을 크게 웃돌았다.
이 대표는 “초기 투자 영역은 바로 볍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생존할 수 있게 어느 정도 키운 다음 모종을 심는 모내기와 비슷하다”며 “엑셀러레이터와 같은 지원군이 없으면 불확실성이 모두 창업자의 몫이지만, 기술이 엑셀러레이터를 만나 사업화에 성공하면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 구축
이 대표는 엑설러레이터가 다른 투자회사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역량은 초기 스타트업에 단순히 지분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기업가치 상승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기술이 결합한 융합형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의 전문가가 하나의 스타트업을 고스란히 책임진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변 스타트업 또는 창업자를 서로 이어주는 피어 러닝(peer learning)을 활성화하고 각 기업의 현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IT 솔루션을 개발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래티스’라는 IT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영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전문가를 소개해줄 수 있는 투자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다. 정관 변경과 마케팅 등 사업 초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블루패밀리케어’와 카이스트 연구원과 학부생, 창업자가 한 공간에서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작점’ 등도 블루포인트가 만든 지원 시스템이다.
블루포인트는 2020년 코스닥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이번이 두번째 도전이다. 당시 안정적인 운용 수수료가 없는 상황에서 사업 지속성을 증명할 데이터가 부족해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대표는 “2년여 동안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투자금 회수 실적이 쌓이면서 성과를 증명할 데이터를 쌓았다”며 “투자 단계별로 부분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최근 시장에서의 평가가 곧바로 반영돼 상대적으로 북밸류에 대한 신뢰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블루포인트는 오는 2월 6~7일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모가는 8500~1만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068억~1257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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