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떨어진다" 눈총받던 '이 회사'에 13만명 몰렸다 [긱스]

최다은 2023. 1. 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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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활로 여는 테사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발간한 '아트마켓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미술시장 거래 총액은 직전해 대비 약 30% 늘어난 651억 달러(약 78조 8000억원)로 조사됐다.
미술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수의 전유물이던 예술 작품도 점차 그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미술을 즐기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미술을 하나의 대체투자자산으로 보는 수요도 생겨났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미술이 애호의 영역에서 자산의 영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품 투자를 수월하게 해주는 다양한 서비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블루칩 미술품 공동투자 플랫폼을 제공하는 '테사'(TESSA)도 그 중 하나다. 테사는 지난해 불거진 조각투자 증권성 논란으로 한 차례 부침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도권에 입성한
테사의 김형준 대표(46
·사진)가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한경 긱스(Geeks)를 만나 털어놨다.   
김형준 테사 대표가 서울 성수동 테사뮤지엄에서 한경 긱스(Geeks)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혁 기자

마르크 샤갈, 데이비드 호크니, 뱅크시…. 서울 성수동 테사 뮤지엄에는 이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이 그림들은 수십명~수백명의 공동 소유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일반인들이 블루칩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있다"며 “미술을 시작으로 대체투자에 대한 풀을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실패 후 '마켓핏' 부터 찾았다

미술계에서 작품을 사고파는 일은 소수의 컬렉터만 참여해왔다. 테사는 조각투자 방식을 통해 일반인도 소액으로 미술품 구매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용자는 최소 1000원부터 미술품 분할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매각 시에는 해당 미술품의 분할 소유권을 보유한 전체 사용자들에게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분할 소유권은 이용자 간 거래가 가능하다. 조각투자 는 블록체인 분산 원장 기술이 적용된다. 해킹 및 데이터 위변조를 막고, 분할 소유권 현황과 거래 이력 등이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다.   

회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테사 이용자 13만명 중 3만 5000명이 결제에 참여했으며 1만 3000명이 그림을 재매각해 수익을 분배 받았다. 평균적으로 재매각까지 10개월이 걸렸으며 약 22%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한다. 

김형준 대표는 테사가 3번째 창업이다. 2008년 이스타엘 스타트업에서 전시 관련 사업을 했고, 2013년 두번째 창업(아트블록코리아)부터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신진작가를 수요자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다. 당시 미술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고, 미술 애호가들 중에서도 신진작가에 투자하려는 수요 역시 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 9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테사 제공


아트블록을 창업해 5년간 축적해둔 미술계 네트워크는 그의 자산으로 남았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기존 회사를 접고 세번째 회사인 테사를 2019년 창업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발판삼아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고 '마켓핏'을 가장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시드투자금 1억 5000만원을 탈탈 털어 영국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두 점을 사왔고 그 다음 달 서울 강남에서 행사를 열고 테사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김형준 대표가 영국에서 사온 호크니 작품 두 점. 2019년 9월 서울 강남에서 진행한 행사에 전시돼 있다. 테사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인 350명이 참여했고, 150명이 결제했다. 당시 앱이나 서비스도 없어 포스기 두 대를 놓고 종이에 고객의 이름을 적어가며 카드로 결제를 받았다. 그는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미술에 투자하고 싶어한다는 욕구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다시 펀드레이징을 시작해 2020년 4월 테사 앱을 만들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술계 인식도 달라져

스타트업계와 미술계 모두 그의 사업에 의문을 가졌다. 투자 유치도 쉽지않아 초창기에는 60번 이상 IR을 다니며 시드투자금과 프리 A 자금을 모아야 했다. 미술 업계에도 그림을 소장하지 못하는데 누가 돈을 내겠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격 떨어지게 그림 일부를 만 원 주고 사냐"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테사의 행사 분위기, 사업 실적을 보며 인식이 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사려고 줄을 서고 미술에도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 갤러리에서 그림을 매입해올 때 컨퍼런스콜을 했다. 테사의 사업을 설명하고 이들을 설득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현재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글로벌 3개 경매사를 비롯해 해외 30여 곳과 거래하고 있다. 

김형준 대표가 테사뮤지엄에 전시된 뱅크시 작품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테사는 자회사 '테사 에셋'을 만들어 작품 매입 및 매각, 큐레이팅 등의 업무를 하도록 했다. 글로벌 미술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 검증 절차를 거쳐 작품을 수급할 고른다. 테사 에셋은 미술 및 법률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글로벌 200위 안에 드는 블루칩 예술가들의 작품을 리서치하고 있다.  

이와함께 한국 미술시장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매출액은 1조377억원(추산치)으로 전년(7563억원)에 비해 37.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김 대표는 테사가 미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회사는 투자자를 위해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의 흥미와 이해를 돕고 있다. 그는 "재테크 목적으로 시작해도 돈을 들이면 점차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된다"며 "블루칩 작품 조각투자로 입문해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다보면 결국 원하는 작품을 사는 미술 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 시장에 일반인들의 연착률 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인 미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제도권 진입한 조각투자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은 음악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를 비롯해 테사, 아트투게더, 소투 등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과 한우에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등의 상품도 증권으로 인정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제하기로 했다.

조각투자가 증권업이라는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호막이 생겼다. 테사 역시 당국의 규제에 맞춰 소비자 보호책을 만들고 여러 정부가 요구한 이행 조치를 마무리 중이다. 김 대표는 "그간 합법 여부가 불투명해 선뜻 발을 들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불안정성이 해소됐다"며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테사의 그림 매입은 공모 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트펀드와 달리 매입할 작품 정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이 특징이다. 회사 계좌와 투자자의 계좌를 분리해 투자자 자산 보호에도 힘썼다. 시중은행에 조각투자자용 API 계좌를 만들어 회사가 망하는 경우에도 그 계좌에는 회사 채권단이 압류를 걸 수 없도록 했다. 그림 보관 및 관리에 대해서도 책임보험 장치를 마련했다.  

김 대표는 블루칩 미술작품이 실물을 기반의 안전 투자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가 침체되면 고가 미술품 거래도 줄겠지만 하이엔드 시장은 하락폭이 크지 않아 괜찮은 투자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 한 가지 더

새 먹거리 되나STO 뛰어드는 증권업계 

테사는 지난달 교보증권으로부터 전략적 투자 유치를 하며 누적 투자금 121억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교보증권 주도 하에 진행됐으며 테사의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미래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고 예고하면서 STO, 조각투자 산업이 새로운 대체 투자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전략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조각투자, STO 등 새로운 투자수단과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규율체계도 정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STO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21일 합작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STO 플랫폼 서비스를 추진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 전담부서를 신설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B증권도 STO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키움과 SK, NH투자, 한국투자, 하나증권 등도 STO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업무협약 등을 체결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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