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주술·도피… 왕실 존립 이유 흔드는 왕가의 ‘막장 드라마’[Global Window]

김선영 기자 2023. 1. 17. 09: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운데)가 2019년 7월 6일 영국 런던 근교 윈저성에서 장남 아치의 성공회 세례식을 마친 뒤 찰스 3세(뒷줄 맨 왼쪽) 국왕과 형 윌리엄(〃 맨 오른쪽) 왕세자 등 왕실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 Global Window - 전세계 왕실의 위기

영국 해리왕자 책 출간해

형 윌리엄의 자녀 향해

“왕세자 外 스페어” 폭로

미들턴·마클의 갈등 공개

자신의 활동도 폭로하며

탈레반 25명 사살 언급해

日王의 조카인 마코 공주

도미 후 남편 변호사 합격

“왕실의 발목잡나” 여론도

서열 4위 노르웨이 공주

무속인 약혼자와 돈벌이

왕실의 공식업무 중단해

“자서전을 출간한 것은 군주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게 아니라 왕실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가족들은 지금은 화를 내겠지만 먼 훗날 나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지난 10일 발간한 자서전 ‘스페어(Spare)’와 관련해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지만, 지금 전 세계는 해리 왕자의 무차별 폭로에 당황하고 있다. 왕실의 상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해 9월 서거한 뒤 군주제에 대한 인기가 올라갔는데, 해리 왕자의 폭로전에 또다시 왕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 왕실 일원의 일탈과 돌출 행동은 영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국민의 결혼 반대에도 ‘개인의 행복’을 강조하며 왕실을 떠난 마코(眞子) 전 일본 공주나 자칭 ‘주술사’인 약혼자와 결혼하겠다며 왕실 공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마르타 루이세 노르웨이 공주 등도 마찬가지다.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군주제가 필요하느냐”는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CNN은 “해리 왕자의 자서전은 독자들에게 왕실의 존속에 대한 의문과 군주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욕하면서 보는 현실판 막장드라마?’…英 왕실 뒤집어놓은 ‘스페어’의 폭로= “이 책은 형 윌리엄 왕세자의 세 자녀를 위해 쓴 것이다. 세 명 중 적어도 한 명은 나처럼 ‘스페어’가 될 테니까.” 해리 왕자는 자서전에서 책 제목 그대로 자신이 왕실에서 형 윌리엄 왕세자의 예비용 대체품으로 살아왔다고 폭로했다. ‘스페어’는 왕실의 차남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차남인 해리 왕자가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의 예비용으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은어다. 해리 왕자는 자서전에서 “‘왜 내가 형의 스페어가 돼야 하냐’며 화를 냈는데, 형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러면서 형은 마치 상속자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버지(찰스 3세)는 내가 태어난 날 어머니(다이애나비)에게 ‘당신은 나에게 상속자와 스페어를 안겼다. 내 할 일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고도 폭로했다. 왕실 인사들이 자식들을 전 근대적인 방식이자 대(代)를 이을 대상으로 취급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해리 왕자는 형 윌리엄 왕세자에게 과거 폭행당한 사실도 폭로했는데, 2019년 런던 켄싱턴궁 내 노팅엄 코티지에서 형과 말다툼을 하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윌리엄 왕세자가 해리 왕자의 부인인 메건 마클에 대해 “까다롭고 무례하며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킨다”고 하며 자신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해리 왕자는 “형이 내 옷깃을 잡고 목걸이를 잡아챈 뒤 바닥에 쓰러뜨려 개 밥그릇 파편에 다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리 왕자의 폭로는 윌리엄 왕세자뿐 아니라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향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당시 왕세자였던 아버지 찰스 3세가 2007년 커밀라 왕비와의 재혼을 추진할 때 “관계를 방해하진 않겠지만 결혼식은 치르지 말라”고 형과 함께 빌었다고 말했다. 해리는 책 출간 뒤 인터뷰에서 “커밀라는 악당과 같았고 이미지를 쇄신하려 언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의를 드러냈다.

그는 형수인 미들턴 왕세자빈과 부인 마클의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클은 2018년 5월 결혼식 준비 중 미들턴 왕세자빈에게 임신 호르몬 때문에 ‘베이비 브레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들턴 왕세자빈이 해당 발언에 화를 내자 마클도 기분이 상했다고 전했다. 마클이 미들턴 왕세자빈에게 ‘립글로스 좀 빌려달라’고 하자 왕세자빈이 얼굴을 찡그렸다는 폭로도 담겼다. 심지어 폭로의 칼은 해리 왕자 자신을 향하기도 했는데, 그는 17세 때 마약을 접했고, 연상인 첫사랑 여성과 성관계를 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탈레반 25명을 죽였다고 밝혀 논란을 사고 있다.

대중은 해리 왕자의 끝없는 폭로전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처럼 그의 책을 소비하고 있다. 책은 출간 첫날 영국에서 40만 부가 팔렸고, 미국·캐나다 등에서 143만 부가 팔리면서 비소설 부문 판매 1위를 달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해리 왕자 부부에 대한 호감도는 바닥이다. 영국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거브는 지난 10∼11일(현지시간) 성인 16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 왕자 호감도가 24%로 지난번보다 2%포인트 더 떨어졌다고 밝혔다. 부정적 의견은 68%로 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65세 이상에선 해리 왕자와 마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각각 69%와 73%로,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60%)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일본과 노르웨이 왕실도 마찬가지…사랑 찾아 떠난 日 공주, ‘주술사’와 사업 하겠다는 노르웨이 공주 = 왕실 인사들의 일탈은 영국 왕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인 마코 전 공주는 지난 2021년 10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신고서만 제출하고 도망치듯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마코 전 공주는 지난 2017년 9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창인 고무로 게이(小室圭)와 약혼을 발표했으나, 고무로의 어머니가 전 약혼자와의 채무 문제에 휘말려 있고 고무로의 아버지가 석연찮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결혼에 급제동이 걸렸다. 고무로의 어머니 고무로 가요(小室佳代)가 옛 애인에게 고무로의 대학등록금 및 생활비 명목으로 400만 엔(약 415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고 일본 왕실에 금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악화, 국민 중 97%(주간 아사히(朝日) 기준)가 결혼을 반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코 전 공주는 결혼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16억 원에 달하는 왕실 지참금도 포기한 채 도망가듯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지난해 10월 마코 전 공주의 남편이 3수 끝에 뉴욕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일본 국민 여론은 ‘마코 공주 부부가 차기 일왕이자 친동생인 히사히토(悠仁) 왕자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왕실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며 비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유럽에는 노르웨이 왕위 계승 서열 4위인 루이세 공주가 ‘주술사’ 약혼자 때문에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2019년 5월 미국 주술사 듀렉 베렛과 열애 사실을 발표하며 이슈 메이커가 됐다. 당시 듀렉은 “전생에 우리는 이집트에서 함께 살았으며, 나는 파라오였고 그녀는 나의 왕비였다”고 주장했다. 루이세 공주도 본인이 천사와 대화할 수 있으며 예지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기행을 벌여왔다. 심지어 루이세 공주가 듀렉과 함께 ‘공주와 무속인’이라는 유료 강연 투어를 진행하자 노르웨이 국민 여론은 악화했다. 지난해 9월 노르웨이 국민의 17%는 왕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국 루이세 공주는 지난해 11월 약혼자와 대체의학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왕실 공식 업무를 중단했다.

그 외에도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 국왕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도 수주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고 탈세를 한 혐의로 각종 추문에 휘말리며 왕위에서 물러났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이혼과 결혼을 3번씩 반복하고 문란한 사생활로 지탄받고 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헨리 4세’에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고 말했다. 21세기 왕실 인사들은 ‘왕실의 존재가치’를 묻는 전 세계의 따가운 눈초리 속 왕관을 지킬 수 있을까.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