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불황 장기화에 ‘기술적 감산’ 카드 꺼낼까

최영지 2023. 1. 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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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돼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보여 대응책으로 감산 카드를 꺼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어닝쇼크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어 '기술적 감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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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한파 속 메모리 재고 쌓이고 실적 악화
5나노 접목한 메모리에 차세대 솔루션 잇달아 공개
"라인 그대로 가동하며 신제품 개발 병행..생산량 조절"
"불황 때 시장점유율 늘렸다..하이엔드급 준비 시기"
4Q 실적발표 콘퍼런스서 대응책 내놓을까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새해가 돼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보여 대응책으로 감산 카드를 꺼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어닝쇼크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어 ‘기술적 감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존제품 생산량을 조절하면서도 고부가 신제품 양산을 통해 업계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메모리반도체 재고자산이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동기(37조8017억원) 대비 51.6%나 늘었으며 같은해 4분기에 이에 육박하는 재조가 쌓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잠정발표에 따르면 매출이 70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5% 줄고, 영업이익은 69%나 급감한 4조3000억원으로 어닝쇼크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달 말 예정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실적 부진 관련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감산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은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라인을 계속 가동하면서도 신제품 개발·생산을 병행함으로써 기술적 감산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는 5나노미터(㎚·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기반 신규 컨트롤러를 탑재한 PC용 고성능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처음으로 5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적용한 컨트롤러와 7세대 V낸드를 탑재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신규로 출시한 PC용 고성능 NVMe SSD ‘PM9C1a’ (사진=삼성전자)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값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시장 위기를 극복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로 볼 수 있다”며 “내부에서 기존 제품과 세 제품 양산을 조절하는 식의 기술적 감산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시장 불황보다 향후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차세대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선 페타바이트 스토리지, 메모리 시맨틱 SSD, 텔레메트리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Metaverse), 사물인터넷(IoT), 미래차(Automotive) 시장이 커지며 대량의 데이터를 이동, 저장, 처리, 관리하기 위한 메모리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달 게이밍 등 대용량 그래픽 작업에 최적화한 고성능 SSD ‘990 PRO’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 제품군에서 미드로우, 하이엔드급을 양산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엔드급 비중을 늘려감으로써 프리미엄 제품을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는 항상 디프레션 시기에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던 만큼 다운턴이 길어지는 이 시기에 고부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것”이라며 “오히려 호황일 땐 제품 개발 여력이 없기에 지금 시기에 SSD뿐 아니라 D램도 미세공정 등을 접목시킨 프리미엄급 제품을 준비했다가 바로 채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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