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마마챠리’, 한국엔 왜 없나?

양창희 2023. 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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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편집자 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며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행된 탄소중립법에 따라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정 탄소중립 기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KBS광주는 정부 목표보다 5년 일찍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광주의 방향을 묻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1] "5년 일찍 탄소중립" 광주의 목표…핵심은 '자동차'
[2]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마마챠리', 한국엔 왜 없나?

이른바 ‘마마챠리’라고 불리는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도쿄 시민.
■ 일본 명물 '짱구 엄마 자전거', 아이 태워도 괜찮은 이유는?

일본 만화 ‘짱구는 못말려’,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얼굴이 뾰족한 짱구 엄마는 자전거를 자주 탑니다. 뒷자리에는 번듯한 좌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아들 짱구가 타는 자리입니다. 앞에는 바구니가 달려서 물건을 넣을 수 있고 아이도 태우고 다니는 자전거. 이걸 일본에서는 '마마챠리'라고 합니다. '엄마 자전거'라는 뜻입니다.

도쿄에서도 이런 '마마챠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아이 둘을 태울 수 있도록 좌석을 두 개 설치한 자전거도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주로 승용차에 아이를 태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오가죠. 마찬가지로 일본 부모들은 자전거를 타고 '픽업'을 하는 겁니다.

자전거에 자녀를 태웠다가 사고가 날까 불안하지는 않을까? 광주에서 출발한 취재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의문이었습니다. 도쿄 시민들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자전거가 워낙 많이 다니니까 차들도 조심히 운전한다는 겁니다. 자전거가 차량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고, 차도로 다니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자전거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소중한 아이를 태울 수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지겹게 들었던 경적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운전자들이 경적을 누를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 자전거 천국 일본…'자전거 활용 추진법'도 제정

취재진이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는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보행자와 자전거를 취재·촬영하기로 했던 터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가랑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비가 와도 도쿄 시민들은 별 문제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만큼 자전거가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겁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일본전자 주식회사 직원들.

도쿄 근교 아키시마시에 있는 일본전자 주식회사는 '자전거 일상화'를 보여줍니다. 직원 1,800명 중 자전거 통근자는 450명입니다. 회사 입구에는 큼지막한 자전거 주차장을 마련해 놨습니다. 안전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등록 번호도 매겨 놨습니다. 통근비도 지급합니다. 이 회사의 와다 고이치 총무부장은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 통근을 장려함으로써, 회사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쿄의 자전거 수송 분담률은 15%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의 8배에 이릅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대중교통 요금. 까다로운 자동차 소유 절차. 언덕이 많지 않은 지형. 일본이 자연스럽게 '자전거 천국'이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눈에 띄는 건 일본의 노력입니다. 특히 2016년에는 '자전거 활용 추진법'을 제정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여의치 않으면 차로에 자전거 그림을 그려 겸용 도로로 지정했습니다.

도쿄에서 가장 쾌적한 자전거 도로라며 일본 SNS에서 화제가 된 도쿄 분교구.

앞서 가는 자전거 문화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일본은 '네트워크'(연결)과 '콤팩트'(압축)라는 원칙으로 도시계획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히사시 쿠보타 사이타마대학 교수는 "지역을 가급적 압축적으로 만들어,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보행·자전거로 15분 안에 전부 해결"…유행처럼 번지는 '15분 도시'

자동차보다 사람과 자전거를 우선순위에 놓으려는 노력은 국내외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오염과 매연, 주차난으로 악명 높았던 프랑스 파리에서는 '15분 도시'라는 개념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자동차 없이도 직장과 학교, 병원과 가게를 15분 안에 다닐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이 공약으로 2020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파리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빠른 속도로 확충되고 있습니다. 혼잡한 도심의 차량 진입도 제한되고 있습니다.

15분 도시 개념도. 출처: 파리시청 홈페이지

'15분 도시'는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수입되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와 제주도는 나름대로의 조건에 맞춘 15분 도시를 각각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5일 'n분 생활권'을 조성하기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을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노릇입니다. 시행착오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흐름과 관점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공공 공간을 자동차가 독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공공이 공유하는 도로나 공원 등의 도시 공간을, 자동차만이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에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커지고 있다"라며 "이는 '공간 민주주의'라고도 이름붙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의지 없이는 '말로만 탄소중립'

다시 취재의 출발지인 광주로 돌아옵니다. 광주는 공식 목표보다 5년 더 이른 '2045 탄소중립'을 지향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시범사업 3년 만에 좌초 위기에 놓인 광주 공공자전거 '타랑께'.

광주광역시가 도입한 공공자전거 '타랑께'는 사업 시작 3년 만에 좌초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용률이 저조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역대 시장들은 자전거 도로를 고치고 늘리겠다며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달 자전거 도로를 늘리겠다는 예산 10억 원은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습니다. 서울에서 호응을 얻은 '도로 다이어트 사업'을 원한다는 시민이 7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사업은 착수되지 못했습니다. 대중교통망 재편의 핵심인 도시철도 2호선 완공은 2026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듯 현실로 돌아오면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2050년이든 2045년이든 아직은 너무 멀어 보이는 미래이기 때문일까요. 성과가 바로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일까요. 분명한 건 지난 세대가 환경 오염과 탄소 배출의 부담을 후손에게 미루는 사이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졌다는 사실입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가 헛된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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