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라' 김서형 "연기=원해서 하는 것, '증명'해야 하는 배우 되고 싶지 않아"[인터뷰S]

정혜원 기자 2023. 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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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형. 제공ㅣ키이스트

[스포티비뉴스=정혜원 기자]"일상에선 특별한 게 없지만, 일할 때만은 최선을 다합니다."

배우 김서형이 생각하는 배우란 이런 것일까. 최근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마무리한 김서형은 작품 속 설정부터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까지를 이야기하다 그만 눈물을 보였다.

지난 5일 종영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대장암 선고를 받고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강창래 작가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김서형은 극중 대장암을 선고 받고,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워킹맘 다정으로 분했다. 시한부 인생을 연기하다보니 실제로도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김서형은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병실에서 코에 호스를 붙였을 때 '내가 이런 걸 붙여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힘들었다. 아픈 장면을 연기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내 몸에 하는 것들이 더 힘들었고 현장이 조용해질 정도였다"라며 "간호사로 나온 배우가 실제로 간호사였다. 그 장면에서는 그 분 조차도 몰입을 해서 저보다 먼저 울기도 했다. 병원에서의 장면들은 마음이 아프면서 '건강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이렇게 일하다가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 건강검진을 하고 나니까 할 일을 끝낸 기분이고 이제야 쉬는 느낌"이라며 "요즘 새해 인사도 '건강하세요'라고 보낸다"고 했다.

캐릭터에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김서형은 "시한부 역을 맡아 촬영을 하면서 따로 다이어트는 하지 않았다. 죽을 듯이 연기하니까 저절로 살이 빠지는 것 같았다"며 노메이크업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고 밝혔다.

▲ 김서형. 제공ㅣ키이스트

작품 속 비중에 상관없이 다채로운 캐릭터를 계속해 선보여온 김서형의 변신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른바 '독한 맛' 캐릭터르 즐겨 연기해 온 김서형이지만 이번엔 순하다 못해 슴슴하다싶은 설정과 캐릭터로 잔잔한 공감을 자아내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김서형은 "배우한테는 변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배우는 다 잘할 수는 없지만 다 해내야 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것을 잘 해냈을 때 다음에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뭐든지 잘하고 싶고, 뭐든지 하고 싶다"라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저는 연기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면서 살다 보면 저도 다정이처럼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 작품 만이 아니라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초를 태웠다가 작품이 끝나면 그 초를 끈다. 또 다음 작품을 시작하면 다른 초를 켰다가 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순간만큼은 초를 태워서 자존감이든 자존심이든 한 번에 올렸다가 초가 다 태워진 후 평소 일상에서는 특별한 게 없지만 일할 때만큼은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 김서형. 제공ㅣ키이스트

그럼에도 떨칠 수 없는 부담은 그녀에게도 스트레스다. 김서형은 '증명'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그는 "가끔 '나는 증명해 내야 하는 배우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 하고 싶어서 하는데 증명해 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싶다. 1등, 2등, 3등을 누가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감정노동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끝내고 제 작품을 어느 순간부터 안 본다. 제가 안 보고, 저에 대한 평가들은 귀에 들어온다. 특히 '스카이캐슬'이 끝나고 나서는 많이 무너졌던 것 같다. 평가를 받아야 할 일이 아닌데 평가를 받게 되니까"라며 "'다시 증명하거나 넘지 않았냐'는 질문이 뭔지는 알지만 공감은 안된다. '아내의 유혹'과 '스카이캐슬' 사이에 저는 일을 많이 했다. 이슈가 되고 난리가 나는 것에 비해 잠잠해지는 것은 순식간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서형은 "저는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제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 김서형. 제공ㅣ키이스트

남편 창욱 역을 맡은 한석규에 대해서는 "촬영 현장에서 다정이와 창욱이 이야기보다는 실제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상대방의 성향은 저한테 중요하지 않다. 그건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내 일을 잘하고, 상대 배우도 잘했을 때의 즐거움과 행복함이 중요한 것 같다"라며 "한석규 선배님과 서로 건강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김서형은 "저도 제 작품을 안 보다가 이 작품은 오래전 찍은 거라 잘 기억이 안 나서 3일 전에 몰아서 봤다. 연기를 할 때는 몸에 단물 짠물 다 뽑아버리는 정도로 죽도록 하다 보니 끝나고 나면 몸이 아프고 기억에서 지우는 것 같다. 근데 막상 보니까 그 배역에 맞게 잘 녹아들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늘 당연하다고 여겼던 한 끼의, 늘 곁에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소중함을 담은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그 여운은 이어지고 있다. 김서형은 "이 작품은 시한부 가족의 이야기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우는 드라마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나도 앞으로 저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드라마"라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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