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으로 집 샀다"...미국작가 12만명 성지된 한국회사
네이버웹툰의 스테디셀러 '외모지상주의'엔 최강자 중 한 명으로 노랑머리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쓴 '김준구'가 등장한다. 실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를 모티브로 삼았다. 웹툰 팬들 사이에선 "노랑머리에 준구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십중팔구 김준구 대표가 모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2015년부터 금발은 김 대표의 특징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2년 전 흑발로 돌아왔다. 해외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만큼 대표로서 신뢰감과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일까.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김 대표는 "미국 진출 초기 파트너에게 동양인인 나를 기억시키기 위해 금발로 염색했는데, 이제는 상대방이 나를 먼저 기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검은색으로 돌아가도 될 만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발의 동양인'이 아니라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통할 정도로 현지에서 웹툰산업이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에 "4년 안에 회사 위상을 높여 흑발로 돌아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보란듯 지켰다. 북미에서만 월간 1250만명이 1만3000원씩 쓰는 콘텐츠 플랫폼이자 할리우드에서도 찾는 IP(지식재산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김 대표는 "매일 현지 작가 400명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 한 번 받지 못했다"라며 "작가 1, 2명을 영입하기 위해 발로 뛰었는데 이제는 네이버웹툰 문을 두드리는 아마추어 창작자만 12만명이 넘는다"라고 자랑했다. 이처럼 웹툰작가로 몰리는 이유는 경제적 보상이 따라서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부터 현지 작가들에 월평균 총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현지 1세대 작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한국에선 웹툰작가가 네이버에서 3년 이상 살아남으면 집을 산다는 네 이야기가 사기인 줄 알았는데, 오늘 집 매매계약을 했다. 약속 지켜줘서 고맙다'라고 하더라"라며 "교사·회계사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지원할 정도로 한국에서의 성공 히스토리가 미국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엔터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기대감이 부담스럽다"면서도 "해외상장으로 국부에 도움 된다는 측면도 있어 1등 회사로 어느정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툰은 스낵컬처(짧은 시간에 소비하는 콘텐츠)로 불황에 강한 사업"이라며 "엔데믹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계획대로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점을 특정하진 않았다.
숙제도 많다. 여전히 미국시장은 웹툰산업이 성숙한 한국 대비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미국의 페잉유저(과금이용자)는 54만1000명으로 한국의 10%, 일본의 30%에 불과하다. 한국은 MAU의 26%가 결제로 이어지지만, 미국은 4%에 그친다. 주요지역 중에서도 미국 사업의 영업손실(-218억원) 규모가 제일 컸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웹툰도 주류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10~20대 초반 사용자가 구매력을 가지면서 산업 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미국 이용자의 80%가 MZ세대로 한국의 성장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10년 후엔 미국에서 웹툰의 지위도 한국과 유사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벌링게임(미국)=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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