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매너리즘에서 구제받다[인터뷰]
배우 설경구가 어느 덧 데뷔 31주년을 맞이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 다양한 히트작들을 꾸준히 내놓은 그가 뒤돌아본 지난날은 어떨까. 만족스러울까.
“어느 순간 매너리즘이라고 해야하나. 제가 ‘그냥 연기’를 하고만 있떠라고요. 촬영 끝나면 다음 작품하고, 또 그냥 연기를 하고만 있고. 그러다 언젠가 ‘아, 이러다 추락하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추락하긴 아직 젊은데 어쩌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살짝 구제를 받으면서 연기가 참 소중하구나 느끼게 됐어요. 현장에 아직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요.”
설경구는 최근 스포츠경향에 신작 ‘유령’(감독 이해영)을 내놓는 소감, 박소담, 이하늬, 박해수와 호흡한 뒷얘기 등을 담백하게 들려줬다.
■“이하늬와 액션 연기, 조심하지 않아도 되겠던데요”
그는 극 중 자신의 피를 증오하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 역을 맡아 항일 스파이 ‘유령’을 찾아내는 과정에 긴장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였는데 그 당시 시대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었어요. 작품마다 모습이 바뀔 순 없지만, 그 시대 착장을 하고 가면 살짝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하게 됐죠. 물론 ‘쥰지’에 대한 매력도 컸어요. 극중에서도 군인 명문가 7대손임에도 어머니 혈통이 부딪히는 인물이라 자존심이 높은데 콤플렉스도 크죠. 혈통을 지우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싸우려고 하는 쥰지에게 조금 연민이 갔고요.”
‘유령’으로 의심받는 박차경 역의 이하늬와 거친 액션 연기가 특히나 화제가 됐다.
“두 인물 모두 살기 위한 액션이라 처절하게 보여야 했어요. 그럼에도 제가 선입견이 있었는지 혹시라도 세게 때리면 사고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했는데요. 하루이틀 찍다보니까 조심하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하하. 이하늬가 그만큼 편하게 분위기를 받아줬어요. 액션연기도 상대가 지치면 함부로 못하고 신경쓰이는데, 이하늬는 정말 밝게 액션을 찍었어요. 즐겁게 촬영해줘서 고마웠던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춘 이해영 감독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색감에 대해선 남다른 감각을 지닌 감독이에요. 과감한 색감을 계산적으로 잘 쓰는 게 장점이죠. 정확하게 바라보고 꼼꼼하기도 하고요.”
■“여성 액션물, 저도 굉장히 반가웠어요”
이 작품은 이하늬, 박소담 두 사람의 액션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 투톱 액션물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했다.
“굉장히 반가웠죠. 그 시대에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꺼내서 이걸 주테마로 가져간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그런 부분이 통쾌했고, 이런 액션물이 더 생겨야하지 않나란 생각도 들어요. 저도 우연치 않게 여성 액션 영화에 계속 출연 중인데요. ‘길복순’도 그렇고요. 바람직하니 더 나아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강렬해도 되지 않을까요? 여성 액션물은 거칠면서도 섬세한 면이 들어가고 거기에 색감이 화려하게 입혀지니까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필름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 이솜과 이주영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솜도 강렬했어요. 의상이 세니까. 또 마지막 후반의 이주영 착장도 센 착장 아니냐. 너무 강한가 싶으면서도 색감을 가하니 나중에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누군가는 이 영화가 이하늬가 열고 박소담이 닫았다고 하는데, 전 이솜이 열고 이주영이 닫았다고 생각해요. 두 인물 덕분에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미지가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남더라고요.”
일본인 카이토 역의 박해수에 대해선 감탄을 쏟아냈다.
“원래 일본 배우로 내정됐었는데, 코로나19로 국내에 못들어오게 되면서 촬영 2주전 박해수가 투입됐어요. 저도 ‘역도산’ 때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해봐서 아는데 이게 보통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내가 뭐라고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해영 감독이 박해수 만나자마자 ‘어! 카이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2주 만에 대사를 외워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시간이 정말 없었는데 박해수는 딱 출연하겠다고 한 날부터 집에 안 들어가고 일본어 선생이랑 합숙해서 대사를 외우더니 한번도 안 끊고 대사를 다 마스터 했어요. 놀라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촬영 끝나고 제가 모두에게 ‘박해수 없었으면 이 영화 못 끝냈다’고 말할 정도였죠. 제일 고마워했던 친구예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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