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 적은 이란" 발언 파장… 이란 정부, 해명 요구

김미경 2023. 1. 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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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IRNA통신은 특히 이란 외무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외교적 태도와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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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한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이란 정부 측은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며 한국 정부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전개를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IRNA통신은 특히 이란 외무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외교적 태도와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하게 발언한 것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15일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란을 UAE의 '적국'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UAE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외교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비우호적 관계인 것은 맞다. 지난 2016년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인 니므르 알 니므르를 처형하자 분노한 이란 대중이 이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공관을 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같은 수니파인 UAE도 주이란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이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2017년 UAE는 이란과 우호적인 카타르와의 국교를 단절하면서 '국교 복원' 조건으로 이란과의 단교 등 13개 사항을 요구했고, 2018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지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UAE와 이란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우호교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UAE와 이란은 국교를 다시 회복했고, 자국으로 소환됐던 주이란 대사가 이란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당시 UAE 외교부는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UAE의 노력"이라고 했다.

2021년 8월3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에는 UAE 측에 특사를 파견했고, 지난해 2월에는 레자 파테미 아민 이란 통상부 장관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UAE를 방문해 무역 협정을 맺었다. UAE의 대 이란 수출액은 지난해 120억달러(한화 약 14조8800억원 상당)에 달한다.

아랍에미레이트의 통신사(WAM)는 윤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기 불과 이틀 전 이란의 마흐디 사파리 이란 경제외교부 차관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아부다비를 방문해 칼리파 샤힌 알 마라르 UAE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외교적 결례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협력국 이란이 졸지에 적국으로 바뀌었다"며 "윤 대통령의 '적국' 한 마디가 한-이란 양국 관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 균형 잡힌 외교가 필요한 국가인데 국제관계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하는 대통령의 이분법적 외교 인식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기 충분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진화했다. 아울러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역시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진화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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